연금 준비 전 꼭 계산해야 할 5가지 숫자

얼마 전 상담에서 40대 직장인 고객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민연금은 불안하고, 개인연금은 뭘 넣어야 할지 모르겠고, IRP는 세액공제 때문에 좋다는데 돈이 묶이는 게 겁난다고요. 사실 연금은 상품 이름보다 숫자를 먼저 봐야 합니다. 매달 얼마를 넣느냐보다, 언제부터 받을 수 있고, 세금과 건강보험료까지 감안했을 때 손에 남는 돈이 얼마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1. 국민연금은 2026년부터 보험료율이 달라집니다
국민연금은 노후 현금흐름의 바닥 역할을 합니다. 2026년부터 보험료율은 기존 9%에서 9.5%로 오르고, 이후 매년 0.5%포인트씩 올라 2033년에 13%가 되는 구조입니다. 월 기준소득 300만원 직장인이라면 전체 보험료는 27만원에서 28만5천원으로 늘고, 직장인은 회사가 절반을 부담하니 본인 부담은 13만5천원에서 14만2,500원 수준으로 늘어납니다.
지역가입자는 체감이 다릅니다. 같은 소득 300만원이라도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내기 때문에 월 1만5천원 증가가 그대로 부담됩니다. PB 상담 현장에서도 퇴직 직후 지역가입자로 바뀐 분들이 이 차이를 뒤늦게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퇴직 전에는 국민연금 예상수령액만 볼 게 아니라, 퇴직 후 납부를 계속할지, 임의가입이나 추납이 실익이 있는지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2. 개인연금은 세액공제 900만원 한도가 출발점입니다
연금저축과 IRP를 합치면 연간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이 됩니다. 이 중 연금저축은 600만원까지, IRP를 포함하면 합산 900만원까지입니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공제율 16.5%를 적용받아 900만원 납입 시 최대 148만5천원 정도의 세금 절감 효과가 납니다. 총급여가 그보다 높으면 13.2%, 즉 최대 118만8천원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만 보고 무조건 900만원을 채우는 건 위험합니다. 연금계좌는 중도 해지하면 기타소득세 부담이 생길 수 있고, 당장 전세자금이나 자녀 교육비가 필요한 가정에는 유동성 압박이 큽니다. 제가 상담할 때는 보통 비상금 6개월치, 1~3년 안에 쓸 목적자금, 대출 상환 계획을 먼저 확인합니다. 그다음 남는 돈으로 연금저축 300만원, 600만원, IRP 추가 300만원 순서로 맞추는 식이 현실적입니다.
3. 연금저축과 IRP는 같은 듯 다릅니다
둘 다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운용과 인출의 성격은 꽤 다릅니다. 연금저축은 펀드, ETF, 보험 등 형태가 다양하고 비교적 운용 선택이 넓습니다. IRP는 퇴직금 관리 계좌 성격이 강하고, 원리금보장 상품과 실적배당 상품을 섞어 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IRP는 일부 위험자산 편입 제한이 있어 공격적으로만 운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45세 직장인이 매년 600만원을 연금저축에 넣고, 추가로 300만원을 IRP에 넣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10년이면 원금만 9천만원입니다. 세액공제 효과를 단순 합산하면 소득 구간에 따라 약 1,188만원에서 1,485만원 정도가 됩니다. 꽤 큰 숫자입니다. 하지만 투자수익률이 낮고 수수료가 높으면 이 장점이 희석됩니다. 그래서 보험형 연금은 사업비와 해지환급률, 펀드형 연금은 보수와 장기 수익률, IRP는 상품 라인업과 수수료를 꼭 비교해야 합니다.
4. 기초연금은 재산과 소득 계산을 같이 봐야 합니다
2026년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은 단독가구 월 247만원, 부부가구 월 395만2천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금액은 단순 월급이나 연금액만 뜻하지 않습니다. 소득인정액 기준이라 근로소득, 사업소득, 금융재산, 부동산 등이 함께 계산됩니다. 집 한 채가 있다고 무조건 탈락하는 것도 아니고, 현금성 금융자산이 많지 않다고 반드시 받는 것도 아닙니다.
은퇴 상담에서 자주 보는 실수는 퇴직금을 한 계좌에 현금으로 오래 두는 경우입니다. 금융재산이 소득환산에 반영되기 때문에 기초연금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기초연금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자산을 줄이는 방식은 권하지 않습니다. 다만 부부 중 한 명의 국민연금 수령액, 예금 이자, 임대소득, 자동차와 부동산 보유 상태를 함께 놓고 보면 생각보다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5. 월 100만원 연금을 만들려면 역산이 필요합니다
노후에 월 100만원을 추가로 받고 싶다고 해보겠습니다. 60세부터 85세까지 25년 동안 받는다고 단순 계산하면 총 3억원입니다. 물론 운용수익과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실제 필요한 원금은 달라집니다. 그래도 이 계산 하나만 해도 연금 준비가 왜 장기전인지 바로 보입니다.
- 30세부터 60세까지 30년 준비: 원금 기준 월 약 83만원
- 40세부터 60세까지 20년 준비: 원금 기준 월 약 125만원
- 50세부터 60세까지 10년 준비: 원금 기준 월 약 250만원
투자수익률이 연 3~5% 정도 꾸준히 난다면 부담은 줄어듭니다. 하지만 수익률은 약속된 숫자가 아닙니다. 반대로 물가가 오르면 필요한 생활비는 더 커집니다. 그래서 저는 연금 준비를 말할 때 국민연금 예상액, 퇴직연금 잔액, 개인연금 납입액, 주택 관련 비용, 건강보험료 가능성을 한 장에 놓고 봅니다. 상품 하나를 잘 고르는 것보다 이 다섯 가지 숫자가 서로 맞물리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연금 계좌를 만들기 전 체크할 것
연금은 오래 가져갈수록 장점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반대로 중간에 깨면 세금과 손실이 같이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입 전에는 세액공제 금액보다 내 돈이 몇 년 동안 묶여도 되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월 30만원을 무리 없이 20년 넣는 사람이, 월 100만원 넣다가 3년 만에 해지하는 사람보다 결과가 좋을 때가 많습니다.
제 가족에게 권한다면 이렇게 말할 겁니다. 국민연금은 예상수령액을 확인하고 빈 기간을 점검합니다. 개인연금은 연금저축 600만원 한도부터 보고, 소득이 안정적이고 비상금이 충분하면 IRP까지 넓힙니다. 이미 대출금리가 높다면 연금 납입보다 일부 상환이 더 나은 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연금은 많이 넣는 게임이 아니라,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금액을 찾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