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이용 전 확인할 5가지 숫자

요즘 PB 상담을 하다 보면 저축은행 예금 이야기가 다시 자주 나옵니다.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조금 더 높게 보이니 3천만 원, 7천만 원, 1억 원 단위로 옮겨도 되는지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축은행은 금리만 보고 들어가면 안 됩니다. 같은 4% 예금이라도 보호 범위, 중도해지 이율, 은행 건전성, 가입 채널에 따라 실제 체감 수익이 달라집니다.
1. 예금자보호는 1억 원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2025년 9월 1일부터 예금자보호 한도는 금융회사별 1인당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쳐 1억 원으로 올라갔습니다. 저축은행도 예금보험공사 보호 대상입니다. 단, 1억 원은 원금만 따로 보는 숫자가 아닙니다. 이자까지 합산합니다.
예를 들어 연 4.0% 정기예금에 1억 원을 1년 넣으면 세전 이자는 400만 원입니다. 이 경우 원리금 합계가 1억400만 원이 되므로 보호 한도를 넘는 부분이 생깁니다. 보수적으로 운용한다면 한 저축은행에 9,500만 원 안팎으로 맞추고, 나머지는 다른 금융회사로 나누는 식이 더 깔끔합니다.
2. 금리 0.3%p 차이는 생각보다 작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보는 실수는 0.2~0.3%p 높은 금리를 따라 너무 많은 돈을 한 곳에 몰아넣는 겁니다. 5천만 원을 1년 예치할 때 연 3.7%와 4.0%의 차이는 세전 15만 원입니다. 이자소득세 15.4%를 빼면 손에 남는 차이는 약 12만6,900원입니다.
물론 12만 원도 돈입니다. 다만 그 돈을 위해 앱 사용이 불편한 곳, 중도해지 이율이 낮은 곳, 건전성 지표가 나빠지는 곳을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생활비 예비자금까지 묶는 경우라면 최고금리보다 중도해지 조건이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3. BIS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같이 봅니다
저축은행을 고를 때 저는 금리표만 보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저축은행중앙회 경영공시, 예금보험공사 금융회사 정보를 함께 확인합니다. 여기서 가장 먼저 보는 숫자는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입니다.
BIS비율은 저축은행이 위험자산에 비해 자기자본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보는 지표입니다. 감독규정상 최저 기준은 자산 1조 원 이상 저축은행 8% 이상, 1조 원 미만 저축은행 7% 이상입니다. 저는 단순히 기준을 넘는지만 보지 않고 최근 3~4분기 흐름을 봅니다. 14%에서 11%로 내려오는 곳과 9%에서 12%로 올라오는 곳은 느낌이 다릅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부실 가능성이 큰 대출 비중을 보는 숫자입니다. 이 비율이 높아지는 은행은 대출 회수에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예금자는 예금자보호를 받더라도, 문제가 생기면 돈을 찾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고 불편이 생깁니다. 그래서 금리가 높을수록 건전성 숫자를 더 차분히 확인해야 합니다.
4. 1억 원을 넣는다면 이렇게 나눕니다
예를 들어 여유자금 1억 원이 있고 1년 정기예금으로 운용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가장 단순한 방식은 저축은행 한 곳에 전액 넣는 겁니다. 하지만 이자는 보호 한도 계산에 들어가므로 저는 보통 5천만 원씩 두 곳, 또는 4천만 원·3천만 원·3천만 원으로 세 곳에 나누는 방식을 더 선호합니다.
분산하면 앱이 여러 개라 번거롭습니다. 대신 만기일을 다르게 잡을 수 있고, 금리가 더 올라갔을 때 일부 자금만 다시 굴릴 수 있습니다. 3개월 뒤 전세금, 병원비, 사업자금처럼 쓸 가능성이 있는 돈은 1년짜리에 전부 넣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금리 4% 예금이라도 중도해지하면 실제 이율이 1%대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5. 대출 고객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저축은행은 예금만 있는 곳이 아닙니다. 신용대출, 사업자대출, 담보대출도 취급합니다. 대출을 받을 때는 금리보다 상환 방식과 중도상환수수료를 먼저 봐야 합니다. 연 12% 대출 2천만 원을 3년 원리금균등으로 쓰면 총 이자 부담은 대략 390만 원 안팎입니다. 같은 금액을 연 9%로 낮추면 총 이자는 약 290만 원대로 줄어듭니다. 금리 3%p 차이가 100만 원 가까운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금에서는 0.3%p가 작게 보이지만, 대출에서는 3%p가 생활비를 흔듭니다. 그래서 저축은행 대출은 신용점수가 낮아 선택지가 좁을 때 검토하되, 햇살론·새희망홀씨·정책서민금융 대상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순서가 맞습니다. 승인이 빠르다는 이유만으로 고금리 대출을 먼저 받으면 나중에 갈아타기도 쉽지 않습니다.
저축은행을 고를 때 제 기준
저축은행은 나쁜 선택지가 아닙니다. 금리 차이를 잘 활용하면 예금 이자를 조금 더 받을 수 있고, 보호 한도 안에서 나누면 위험도 꽤 낮출 수 있습니다. 다만 금리표 맨 위에 있는 상품이 항상 내 돈에 맞는 상품은 아닙니다.
저라면 첫째, 예금자보호 한도 안에서 원금과 이자를 계산합니다. 둘째, BIS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의 최근 흐름을 봅니다. 셋째, 중도해지 이율과 만기 자동연장 조건을 확인합니다. 넷째, 생활비 성격의 돈은 장기 예금에 묶지 않습니다. 이 네 가지만 지켜도 저축은행을 꽤 실속 있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높은 금리를 잡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내 돈이 언제 필요해도 무리 없이 돌아올 구조를 먼저 만들어두는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