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조건 5가지, 은행 가기 전 숫자로 먼저 걸러내는 법

얼마 전 상담했던 30대 맞벌이 부부가 전세보증금 3억 8천만원짜리 집을 보고 왔습니다. 두 분은 “80%까지 나온다던데 3억원 정도 가능하죠?”라고 물었는데, 실제로 계산해보니 기대한 금액과 은행 한도 사이에 꽤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전세대출조건은 단순히 소득만 보는 게 아닙니다. 보증금, 주택 보유 여부, 보증기관, 기존 부채, 집의 권리관계가 같이 움직입니다.
1. 먼저 보증금과 지역 기준부터 걸러야 합니다
전세대출은 집값이 아니라 임차보증금을 기준으로 출발합니다. 주택도시기금 버팀목전세자금은 일반가구 기준으로 임차보증금이 수도권 3억원, 수도권 외 2억원 이하여야 합니다. 신혼가구나 2자녀 이상 가구는 수도권 4억원, 수도권 외 3억원까지 올라갑니다.
반면 은행 일반 전세대출에서 많이 쓰는 HF 전세자금보증은 임차보증금 기준이 더 큽니다. 서울·경기·인천은 7억원 이하, 그 외 지역은 5억원 이하가 기본선입니다. 단, 이 기준 안에 들어왔다고 대출이 바로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보증금의 5% 이상을 계약금으로 낸 세대주여야 하고, 본인과 배우자의 주택 수가 원칙적으로 1주택 이내여야 합니다.
- 버팀목 일반가구: 수도권 보증금 3억원 이하, 수도권 외 2억원 이하
- 버팀목 신혼·2자녀 이상: 수도권 4억원 이하, 수도권 외 3억원 이하
- HF 일반 전세보증: 수도권 7억원 이하, 비수도권 5억원 이하
2. 소득 기준은 정책대출과 은행대출이 다릅니다
정책자금인 버팀목전세자금은 소득 기준이 비교적 명확합니다. 기본은 부부합산 연소득 5천만원 이하입니다. 다만 신혼부부는 7천5백만원 이하, 다자녀·2자녀 가구 등은 6천만원 이하로 예외가 있습니다. 2026년 기준 순자산가액은 3억 4,500만원 이하가 기준입니다.
은행 일반 전세대출은 “연소득 얼마 이하”라는 식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보증기관의 보증 가능 금액, 은행 내부 DSR 성격의 심사, 기존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자동차 할부까지 같이 봅니다. 현장에서 자주 보는 실수는 마이너스통장입니다. 한도를 열어두기만 해도 은행은 일정 부분 부채로 잡습니다. 실제 사용액이 0원이어도 대출 한도 계산에서는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소득 5천만원 직장인이 전세대출 2억 4천만원을 예상했는데, 마이너스통장 5천만원과 카드론 잔액이 있으면 한도가 1억 후반대로 줄어드는 일이 있습니다. 전세대출 신청 1~2개월 전에는 불필요한 한도성 대출부터 줄이는 게 숫자상 유리합니다.
3. 한도는 “80%”가 아니라 세 가지 중 가장 작은 금액입니다
전세대출조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한도입니다. 광고나 상담 초입에서는 “보증금의 80%”라는 말이 자주 나오지만, 실제 심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버팀목전세자금 일반가구는 수도권 1억 2천만원, 수도권 외 8천만원이 호당 한도입니다. 신혼가구와 2자녀 이상 가구는 수도권 2억 5천만원, 수도권 외 1억 6천만원까지 가능합니다. 또 신규계약 기준 일반가구는 전세금의 70% 이내, 신혼·2자녀 이상은 80% 이내입니다. 결국 “호당 한도”와 “보증금 대비 비율”과 “보증기관 한도” 중 작은 금액이 실제 한도가 됩니다.
HF 일반 전세자금보증도 비슷합니다. 보증과목별 한도는 최대 4억원에서 기존 전세자금보증 잔액을 뺀 금액입니다. 하지만 소요자금 기준으로는 임차보증금의 80%가 또 한 번 걸리고, 상환능력별 한도도 따로 계산됩니다. 1주택자는 수도권·규제지역 1억 8천만원, 그 외 2억원처럼 별도 한도도 봐야 합니다.
간단한 계산 예시
서울 전세보증금 3억원, 무주택 일반가구라면 보증금의 70%는 2억 1천만원입니다. 그런데 버팀목 일반가구 수도권 호당 한도는 1억 2천만원입니다. 그래서 이 경우 기대 한도는 2억 1천만원이 아니라 1억 2천만원 쪽에 가깝습니다. 같은 집이라도 신혼가구라면 비율 80% 기준 2억 4천만원, 수도권 신혼 한도 2억 5천만원이므로 다른 조건이 맞을 때 2억 4천만원까지 검토될 수 있습니다.
4. 금리는 낮은 숫자보다 “내가 받을 최종금리”가 중요합니다
2026년 7월 기준, 주택도시기금 버팀목전세자금의 안내 금리는 연 2.5%~3.5% 수준입니다. 반면 HF가 공시한 2026년 6월 22일~6월 28일 취급분 은행 전세대출 평균금리는 케이뱅크 3.70%, 카카오뱅크 3.75%, 국민은행 3.89%, 하나은행 4.00%, 우리은행 4.26%, 신한은행 4.37% 등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공시금리는 평균값이라 개인별 최종금리와 다를 수 있습니다.
금리 0.5%포인트 차이는 작아 보여도 전세대출 2억원이면 1년에 100만원입니다. 월로 나누면 약 8만 3천원입니다. 2년 계약이면 단순 계산으로 200만원 차이입니다. 그래서 “승인되는 은행”과 “싼 은행”을 따로 봐야 합니다. 특히 급여이체, 카드 사용, 자동이체 같은 우대조건을 모두 채워야 광고금리에 가까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정책대출 가능자: 버팀목, 신혼부부 전용, 청년전용부터 확인
- 보증금이 큰 집: HF·HUG·SGI 보증 가능 여부 비교
- 입주일이 임박한 경우: 승인 속도와 서류 보완 가능성까지 고려
5. 집의 권리관계가 나쁘면 소득이 좋아도 막힙니다
전세대출은 사람만 보는 대출이 아닙니다. 집도 봅니다. HF 전세자금보증은 등기부상 권리침해가 없어야 하고, 선순위채권과 임차보증금 합계가 주택가격의 90%를 넘으면 안 됩니다. 법인 임대인은 80% 기준이 적용됩니다. 이 부분이 은행 창구에서 가장 조용히 탈락하는 지점입니다.
예를 들어 시세 4억원 빌라에 선순위 근저당 1억 5천만원이 있고, 내가 보증금 2억 3천만원에 들어간다고 해보겠습니다. 선순위 1억 5천만원과 내 보증금 2억 3천만원을 더하면 3억 8천만원입니다. 주택가격 4억원의 95%입니다. 이런 구조는 보증기관 입장에서 위험하게 봅니다. 금리가 문제가 아니라 보증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계약 전에는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 임대인 세금 체납 가능성,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가능 여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까지 같이 가입할 생각이라면 더더욱 집 조건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대출이 된다고 해서 보증금 회수가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족에게 설명한다면 순서는 이렇게 잡겠습니다. 첫째, 내 소득과 자산으로 정책대출이 되는지 본다. 둘째, 원하는 집의 보증금이 기준 안에 들어오는지 본다. 셋째, 등기부상 선순위와 시세를 계산한다. 넷째, 최소 2개 은행에서 한도와 금리를 같이 받아본다. 전세대출조건은 “얼마까지 빌릴 수 있나”보다 “이 집에 그 돈을 빌려 들어가도 되는가”가 먼저입니다. 그 순서가 바뀌면 낮은 금리도 별 의미가 없어집니다.
참고한 공식 자료는 주택도시기금 버팀목전세자금 안내와 한국주택금융공사 일반전세자금보증·전세대출금리 안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