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대출 전에 꼭 계산해야 할 5가지 숫자

얼마 전 상담한 30대 부부가 전세자금대출 한도 3억 2천만 원이 나온다는 말만 믿고 계약금을 넣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등기부와 보증기관 기준을 같이 보니 실제로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금액은 2억 6천만 원대였습니다. 전세대출은 금리만 보는 상품이 아닙니다. 한도, 보증기관, 보증료, 집 상태, 만기 상환 구조까지 같이 봐야 손해를 피할 수 있습니다.
1. 대출 가능액보다 내 상환 여력이 먼저입니다
은행 앱에서 전세자금대출 한도가 3억 원 나온다고 해서 그 돈을 전부 빌려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연 3.8% 금리로 3억 원을 빌리면 1년 이자는 1,140만 원입니다. 월로 나누면 약 95만 원입니다. 여기에 보증료, 관리비, 보험료, 자동차 할부, 카드값까지 더하면 실제 주거비 부담은 월 130만 원을 쉽게 넘습니다.
PB 현장에서 제가 보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월 순소득의 25~30% 안에 전세대출 이자가 들어와야 생활이 덜 흔들립니다. 맞벌이 순소득이 월 500만 원이면 이자 부담은 월 125만~150만 원 이하가 그나마 버틸 만한 선입니다. 외벌이거나 육아비가 크다면 20~25%로 더 낮춰 잡는 편이 낫습니다.
2. HF, HUG, SGI는 같은 전세대출이 아닙니다
전세자금대출은 은행 돈으로 나가지만, 뒤에는 보증기관이 붙습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보증보험이 있습니다. 같은 집, 같은 연봉이어도 어느 보증을 쓰느냐에 따라 한도와 비용이 달라집니다.
- 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은 소득과 기존 부채를 많이 봅니다. 보증료가 비교적 낮은 편이라 소득이 안정적인 직장인에게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 주택도시보증공사 안심전세 계열은 전세대출과 전세보증금 반환 보호를 함께 보는 구조라 집의 안전성이 중요합니다.
- 서울보증보험은 고액 전세나 공적 보증 한도를 넘는 경우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보증료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2026년 8월 기준으로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일반 전세자금보증은 보증한도, 임차보증금의 80%, 상환능력별 한도 중 작은 금액으로 산정됩니다. 수도권이나 규제지역은 계산 결과가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금안심대출보증은 수도권·규제지역 80%, 그 외 지역 90% 보증비율이 기준으로 제시됩니다. 이 숫자 하나 때문에 같은 보증금 4억 원짜리 집도 지역과 보증기관에 따라 실제 승인액이 달라집니다.
3. 보증료까지 넣어야 진짜 금리가 보입니다
상담하다 보면 연 0.2%포인트 금리 차이는 민감하게 보면서 보증료는 지나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전세자금대출은 보증료가 사실상 추가 비용입니다. 대출금 2억 5천만 원에 보증료율이 연 0.10%면 1년 25만 원입니다. 0.20%면 50만 원입니다. 2년이면 차이가 50만 원까지 벌어집니다.
예를 들어 A은행 금리 3.7%, 보증료율 0.20%와 B은행 금리 3.8%, 보증료율 0.06%를 비교하면 겉금리는 A은행이 낮아 보입니다. 하지만 대출 3억 원 기준으로 A은행은 연 이자 1,110만 원에 보증료 60만 원, 총 1,170만 원입니다. B은행은 연 이자 1,140만 원에 보증료 18만 원, 총 1,158만 원입니다. 금리만 보면 A가 유리하지만 실제 비용은 B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4. 등기부와 전세가율을 안 보면 한도가 무너집니다
전세자금대출에서 가장 무서운 말은 가승인입니다. 소득 기준으로는 3억 원이 가능해 보여도, 집에 선순위 근저당이 크거나 전세가율이 높으면 보증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기준에서도 선순위채권과 임차보증금 합계가 주택가격의 일정 비율을 넘으면 취급이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시세 5억 원인 빌라에 근저당 1억 원이 있고 전세보증금이 3억 8천만 원이면 합계가 4억 8천만 원입니다. 시세 대비 96%입니다. 겉으로는 보증금이 주변 시세와 비슷해 보여도 보증기관 입장에서는 위험한 물건입니다. 이런 집은 대출 실행 직전에서 막히거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계약 전에는 최소한 세 가지를 같이 봐야 합니다. 등기부등본의 근저당, 주변 실거래와 전세가율, 그리고 해당 주택 유형이 보증기관에서 인정되는지입니다. 특히 다가구주택은 내 보증금만 볼 게 아니라 다른 세입자의 선순위 보증금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5. 갈아타기는 중도상환수수료보다 만기 구조가 중요합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내려가면 갈아타기부터 떠올립니다. 맞는 판단일 때도 있지만 항상 이득은 아닙니다. 기존 대출에 중도상환수수료가 남아 있고, 새 대출 보증료를 다시 내야 하며, 임대인 동의나 채권양도 절차가 다시 필요할 수 있습니다.
계산은 이렇게 하면 됩니다. 기존 대출 2억 원 금리 4.2%, 새 대출 3.6%라면 금리 차이는 0.6%포인트입니다. 1년 이자 절감액은 약 120만 원입니다. 그런데 중도상환수수료 60만 원, 새 보증료 30만 원, 인지세와 부대비용이 10만 원이라면 첫해 절감 효과는 20만 원 수준입니다. 만기가 6개월밖에 안 남았다면 굳이 움직일 이유가 약해집니다.
반대로 만기가 18개월 이상 남았고 금리 차이가 0.7%포인트 이상이면 갈아타기 실익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전세대출은 집주인, 보증기관, 은행이 모두 엮여 있어 일정이 꼬이면 잔금일에 문제가 생깁니다. 갈아타기는 금리 비교보다 실행 가능 일정을 먼저 확인하는 게 맞습니다.
전세자금대출은 많이 빌리는 기술이 아니라, 돌려받을 보증금을 지키면서 감당 가능한 이자를 고르는 과정입니다. 저는 상담 때 대출한도 100%를 쓰는 선택보다, 6개월치 이자와 이사비를 남겨두는 선택을 더 높게 봅니다. 전세는 계약서 쓰는 순간보다 만기 때가 더 중요합니다. 그때 흔들리지 않게 만드는 숫자가 진짜 좋은 조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