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받기 전 꼭 계산할 5가지 숫자

얼마 전 상담실에서 40대 맞벌이 부부를 만났는데, 집값보다 대출 가능액을 먼저 물어보셨습니다. 사실 주택담보대출은 “얼마까지 나오느냐”보다 “매달 얼마를 버틸 수 있느냐”가 먼저입니다. 은행 창구에서는 한도와 금리를 보여주지만, 가계부에는 원리금·관리비·세금·보험료가 같이 들어옵니다. 이 차이를 놓치면 대출은 승인됐는데 생활은 빠듯해지는 일이 생깁니다.
1. 대출한도보다 먼저 볼 숫자는 월 상환액입니다
예를 들어 4억원을 30년 원리금균등으로 빌린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금리 연 3.8%면 월 상환액은 대략 186만원, 연 4.5%면 약 203만원입니다. 금리가 0.7%포인트 차이인데 매달 17만원, 1년이면 204만원 차이가 납니다. 상담 현장에서 보면 이 정도 차이를 “크지 않다”고 생각하다가 자동차보험, 재산세, 아이 학원비가 겹치는 달에 바로 부담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주택담보대출을 볼 때 월 소득의 35% 안쪽을 1차 기준으로 잡습니다. 부부 합산 세후 월소득이 600만원이면 주담대 원리금은 210만원 안쪽이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이미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 카드론이 있다면 이 기준은 더 낮춰야 합니다.
2. DSR은 은행 심사표이면서 내 생활 안전선입니다
DSR은 연소득 대비 모든 금융권 원리금 상환액 비율입니다. 주택담보대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자동차 할부까지 같이 봅니다. 2026년 기준으로도 은행권 주담대 심사에서 DSR은 매우 중요한 문턱입니다. 여기에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면 실제 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가정해 한도를 계산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한도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간단히 보겠습니다. 연소득 7,000만원인 사람이 DSR 40% 기준을 적용받는다면 1년 원리금 상환 여력은 2,800만원입니다. 월로 나누면 약 233만원입니다. 그런데 기존 신용대출 원리금이 월 40만원 잡히면 주담대에 쓸 수 있는 여력은 약 193만원으로 내려갑니다. 이 상태에서 30년 만기, 금리 4% 안팎을 적용하면 대출 가능액은 체감상 크게 달라집니다.
- 마이너스통장은 실제 사용액보다 한도 자체가 부담으로 잡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 신용대출 만기가 짧으면 DSR 계산에서 월 상환액이 크게 잡힐 수 있습니다.
- 부부 공동명의라도 소득 합산 여부, 기존 부채 보유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3. 금리는 최저금리보다 우대조건 유지가 더 중요합니다
은행 광고에는 보통 최저금리가 먼저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 상담을 해보면 급여이체, 카드 사용액, 자동이체, 청약, 적금, 앱 가입 같은 조건을 모두 채워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3개월은 맞추기 쉬워도 3년, 5년 동안 계속 유지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기본금리 4.4%에서 우대금리 0.6%포인트를 받아 3.8%로 실행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카드 실적 조건을 못 채워 0.2%포인트가 빠지면 4억원 대출 기준 월 상환액이 약 5만원 안팎 늘어날 수 있습니다. 금액만 보면 작아 보이지만 5년이면 300만원입니다. 게다가 우대조건을 맞추려고 불필요한 카드 소비를 늘리면 금리 절감 효과보다 지출 증가가 더 클 수 있습니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선택 기준
고정금리는 초기에 조금 비싸 보여도 예산을 세우기 쉽습니다. 변동금리는 시작 금리가 낮을 수 있지만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상환액이 바뀔 수 있습니다. 제 기준은 단순합니다. 소득이 안정적이고 여유자금이 충분하면 변동금리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 교육비, 전세보증금 반환, 부모님 병원비처럼 앞으로 큰 지출이 예정돼 있다면 일정 기간 고정형이나 혼합형이 마음 편한 선택일 때가 많습니다.
4. 중도상환수수료와 갈아타기 비용을 같이 봐야 합니다
요즘은 대출 갈아타기 플랫폼이 좋아져서 금리 비교가 쉬워졌습니다. 그런데 갈아타기가 항상 이득은 아닙니다. 기존 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 신규 대출 인지세, 근저당 설정 관련 비용, 금리 차이, 남은 기간을 같이 계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잔액 3억원, 남은 중도상환수수료율 0.7%라면 수수료만 210만원입니다. 새 대출로 금리를 0.4%포인트 낮춘다면 1년 이자 절감액은 단순 계산으로 약 120만원입니다. 이 경우 1년 안에 집을 팔거나 추가 대출 계획이 있다면 갈아타기 이익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3년 이상 유지할 계획이고 금리 차이가 0.7%포인트 이상 벌어진다면 계산해볼 만합니다.
- 잔여 수수료율이 얼마인지 먼저 확인합니다.
- 새 대출 금리가 우대조건 포함 금리인지 봅니다.
- 3년 안에 매도, 전출, 추가 대출 가능성이 있는지 따져봅니다.
5. 집값의 70%보다 생활비 6개월분이 더 현실적인 방어선입니다
주택담보대출에서 LTV만 보고 “집값의 몇 퍼센트까지 가능하다”고 접근하면 위험합니다. 실제로는 취득세, 중개보수, 이사비, 인테리어, 가전 교체비가 같이 나갑니다. 6억원 아파트를 산다고 할 때 대출금만 생각하면 계산이 단순하지만, 부대비용으로 수천만원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제가 자주 권하는 기준은 대출 실행 후에도 생활비 6개월분을 남기는 것입니다. 월 생활비가 400만원인 가정이라면 최소 2,400만원은 현금성 자산으로 남겨두는 식입니다. 이 돈은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돈이 아니라, 실직·질병·금리 상승·예상 못 한 수리비를 버티는 돈입니다.
상담 현장에서 본 아쉬운 사례
한 고객은 5억8,000만원짜리 집을 사면서 예금 대부분을 계약금과 잔금에 넣었습니다. 대출은 승인됐고 입주도 했습니다. 그런데 입주 후 보일러 교체, 누수 수리, 자동차 수리비가 한꺼번에 생기면서 결국 연 6%대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았습니다.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 낮추려고 여러 은행을 비교한 노력보다, 현금 1,500만원을 남겨두는 판단이 더 큰 이익이었을 수 있습니다.
은행에 가기 전 준비하면 좋은 3가지
은행 상담 전에 세 가지만 준비해도 대화가 훨씬 정확해집니다. 첫째, 최근 원천징수영수증이나 소득금액증명원입니다. 둘째,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한도 내역입니다. 셋째, 원하는 집의 매매가와 등기상 권리관계입니다. 이 자료가 있어야 은행도 대략적인 한도와 금리를 현실적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은행만 보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같은 사람, 같은 집이어도 은행별 주력 상품과 우대조건이 달라 금리가 0.2~0.5%포인트 차이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조회를 여러 번 한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먼저 주거래은행, 인터넷은행, 시중은행 1~2곳 정도로 좁혀 비교하고, 실제 실행 가능 조건을 받아보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주택담보대출은 좋은 상품을 고르는 일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히는 오래 버틸 구조를 만드는 일입니다. 집을 사는 날보다 중요한 건 그 집에서 5년, 10년을 무리 없이 살아가는 시간입니다. 한도가 조금 덜 나오더라도 월 상환액이 편안한 대출이 결국 가족에게 더 좋은 선택이 되는 경우를 저는 현장에서 훨씬 많이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