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가입 전 꼭 따져야 할 5가지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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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예금 가입 전 꼭 따져야 할 5가지 숫자

1. 금리 0.2%보다 세후 이자가 먼저입니다

얼마 전 상담 온 50대 고객님이 1억 원을 1년 정기예금에 넣으려는데, 은행 앱에 보이는 연 3.55%와 3.70% 중 어느 쪽이 낫냐고 물으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여기서 금리 숫자만 봅니다. 그런데 실제 손에 들어오는 돈은 세금 15.4%를 뺀 뒤 계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연 3.60% 정기예금에 1년 넣으면 세전 이자는 360만 원입니다. 여기서 이자소득세와 지방소득세 15.4%를 빼면 약 304만5천 원이 남습니다. 월로 나누면 약 25만3천 원 정도입니다. 생각보다 크지 않죠.

연 3.60%와 3.80%의 차이도 계산해보면 1억 원 기준 세전 20만 원, 세후 약 16만9천 원입니다. 물론 돈입니다. 무시할 금액은 아닙니다. 다만 이 차이를 위해 중도해지 위험이 큰 상품, 우대조건이 복잡한 상품, 자동 재예치 조건이 불리한 상품을 고르는 건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2. 우대금리는 받을 수 있는 것만 내 금리입니다

정기예금 광고를 보면 최고 연 4.0%처럼 크게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 상담 창구에서 약관을 열어보면 기본금리는 3.3%, 나머지 0.7%는 급여이체, 카드 사용, 첫 거래, 마케팅 동의 같은 조건으로 붙는 식입니다.

문제는 그 조건을 다 채우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카드 월 30만 원 사용 조건으로 0.2%를 더 준다고 해보겠습니다. 5천만 원 예금이면 0.2%의 세후 이자는 1년 약 8만5천 원입니다. 그런데 카드 혜택이 맞지 않아 불필요한 소비가 월 1만 원만 늘어도 1년이면 12만 원입니다. 이러면 금리를 더 받은 게 아니라 소비를 늘린 셈입니다.

제가 고객에게 자주 말하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이미 하고 있던 거래라면 우대금리로 봐도 됩니다. 새로 행동을 만들어야 받을 수 있는 금리라면 비용을 따져야 합니다. 특히 보험 가입, 펀드 가입, 신용카드 과소비가 따라붙는 조건은 예금 금리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3. 6개월, 1년, 2년 중 무조건 긴 게 유리하지 않습니다

정기예금은 기간 선택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금리가 높은 시기에는 1년짜리로 묶어두는 게 편하고, 금리 방향이 애매할 때는 6개월씩 나눠 굴리는 방식도 쓸 만합니다. 다만 단기 상품만 반복하면 재가입 시점에 금리가 내려갈 위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억 원이 있고 생활비 비상자금은 이미 따로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전액을 1년 만기 하나로 넣으면 관리가 쉽습니다. 하지만 3개월 뒤 전세 보증금 일부, 자녀 학비, 차량 구입 같은 지출 가능성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때 전액을 한 통장에 묶으면 필요한 금액이 1천만 원이어도 전체를 해지해야 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무난했던 방식은 금액을 쪼개는 겁니다. 1억 원이라면 3천만 원, 3천만 원, 4천만 원처럼 나누거나 3개월, 6개월, 12개월 만기를 섞는 방식입니다. 금리가 아주 조금 낮아져도 중도해지 손실을 줄이는 효과가 큽니다.

  • 3개월 안에 쓸 돈: 정기예금보다 파킹통장이나 MMF 성격 상품 검토
  • 6개월 이상 확실히 안 쓸 돈: 6개월 또는 1년 정기예금 비교
  • 1년 이상 여유자금: 금리와 중도해지 조건을 함께 확인

4. 중도해지 이율은 약관의 진짜 손익분기점입니다

정기예금에서 가장 아까운 손실은 금리가 낮은 상품에 가입한 것이 아니라, 급하게 깨면서 약정이자를 거의 못 받는 경우입니다. 은행마다 다르지만 중도해지하면 가입 당시 약속한 금리가 아니라 중도해지이율이 적용됩니다. 가입 후 얼마 안 돼 해지하면 보통 이자가 크게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연 3.6% 1년 정기예금에 넣었는데 5개월 만에 해지한다고 해보겠습니다. 단순히 5개월치 약정이자를 받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중도해지이율이 낮게 적용되면 실제 이자는 기대보다 훨씬 작아질 수 있습니다. 금리 0.1~0.2% 더 받으려다가 중도해지 한 번으로 몇십만 원 차이가 나는 일이 흔합니다.

그래서 저는 예금 가입 전 세 가지를 꼭 봅니다. 첫째, 일부해지가 가능한지. 둘째, 일부해지 후 남은 금액에 약정금리가 유지되는지. 셋째, 만기 전 해지 시 구간별 이율이 어떻게 되는지입니다. 모바일 앱에서 바로 안 보이면 상품설명서 PDF를 열어야 합니다. 창구라면 직원에게 중도해지 예시를 금액으로 찍어달라고 해도 됩니다.

5. 예금자보호 5천만 원은 원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입니다

정기예금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맞습니다. 다만 안전의 범위도 숫자로 봐야 합니다. 예금자보호는 금융회사별로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쳐 1인당 5천만 원 한도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은행 지점별이 아니라 금융회사별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A은행 강남지점에 4천만 원, A은행 종로지점에 3천만 원을 넣었다면 같은 금융회사로 합산됩니다. 반면 A은행 5천만 원, B저축은행 5천만 원처럼 서로 다른 금융회사라면 각각 한도를 따져볼 수 있습니다. 부부라도 각자 명의면 각각 5천만 원 한도가 적용됩니다.

고금리 저축은행 정기예금을 볼 때도 이 기준이 중요합니다.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0.3~0.5% 높다고 해도 1억 원을 한 곳에 몰아넣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5천만 원 한도에 맞춰 나누고, 만기 이자까지 감안해 4천8백만 원 안팎으로 넣는 식이 더 현실적입니다. 이자는 작아 보여도 보호한도를 넘는 순간 성격이 달라집니다.

정기예금은 단순할수록 손해가 적습니다

정기예금은 화려한 상품이 아닙니다. 그래서 오히려 숫자를 차분히 보면 됩니다. 세후 이자, 실제 받을 우대금리, 만기까지 버틸 수 있는 기간, 중도해지 조건, 예금자보호 한도. 이 다섯 가지만 확인해도 대부분의 실수는 피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가족 돈을 맡긴다면 최고금리만 보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0.1% 더 높은 상품보다 만기까지 유지 가능한 상품, 조건이 단순한 상품, 급할 때 일부해지가 가능한 상품을 먼저 봅니다. 정기예금은 많이 버는 상품이라기보다 잃지 않도록 돈의 자리를 정해주는 상품에 가깝습니다. 그 역할에 맞게 쓰면 아직도 충분히 쓸모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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