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받기 전 반드시 계산해야 할 5가지 숫자

1. 금리보다 먼저 봐야 하는 월 상환액
얼마 전 상담에서 연봉 5,200만 원인 직장인이 신용대출 6,000만 원을 새로 받으려고 오셨습니다. 본인은 금리 5.2%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가 먼저 본 건 금리가 아니라 매달 빠져나갈 돈이었습니다. 대출은 금리 0.3% 차이도 중요하지만, 생활비 통장에서 매달 얼마가 빠지는지가 더 직접적입니다.
예를 들어 6,000만 원을 5년 원리금균등으로 빌리면 금리 5.2% 기준 월 상환액은 대략 114만 원 안팎입니다. 금리가 6.0%로 올라가면 약 116만 원대가 됩니다. 차이는 월 2만 원 정도라 작아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존 카드값, 자동차 할부, 보험료, 관리비까지 합치면 월 고정지출이 300만 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은행 창구에서는 한도가 나온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도가 나온다는 말과 버틸 수 있다는 말은 다릅니다. 저는 상담할 때 대출 후에도 월 소득의 20~25% 안에서 원리금이 움직이는지 먼저 봅니다. 맞벌이거나 상여가 안정적이면 조금 더 여유를 둘 수 있지만, 성과급 비중이 큰 직장인은 보수적으로 잡는 편이 낫습니다.
2. 원리금균등, 만기일시, 거치식의 차이
대출 상담에서 가장 많이 놓치는 부분이 상환 방식입니다. 같은 1억 원, 같은 5% 금리라도 상환 방식에 따라 체감 부담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원리금균등은 매달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는 방식입니다. 월 납입액은 크지만 시간이 갈수록 빚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만기일시는 매달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원금을 한 번에 갚습니다. 1억 원을 연 5%로 빌리면 월 이자는 약 41만 6천 원입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1년 뒤에도 원금 1억 원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신용대출에서 만기 연장이 안 되거나 한도가 줄면 그때 부담이 커집니다.
거치식은 일정 기간 이자만 내다가 이후 원리금을 갚는 구조입니다. 주택담보대출에서 자주 봅니다. 입주 초기, 육아휴직, 사업 초기처럼 현금흐름이 일시적으로 약할 때는 쓸모가 있습니다. 다만 거치기간이 끝난 뒤 월 상환액이 크게 뛰는 구간을 반드시 계산해야 합니다.
- 소득이 꾸준하고 빚을 줄이는 게 목적이면 원리금균등이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 단기 자금 공백을 메우는 목적이면 만기일시도 가능하지만, 상환 재원을 따로 봐야 합니다.
- 거치식은 시작 부담은 낮지만 나중 부담을 앞당겨 계산해야 합니다.
3. 한도보다 중요한 DSR 40%의 의미
요즘 대출에서 DSR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DSR은 연 소득 대비 1년 동안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입니다. 연봉 6,000만 원인 사람이 1년에 갚는 원리금이 2,400만 원이면 DSR은 40%입니다. 단순히 대출이 얼마 있느냐가 아니라, 그 대출들이 1년에 얼마를 갚게 만드는지가 기준입니다.
현장에서 보면 신용점수는 좋은데 DSR 때문에 원하는 금액이 안 나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자동차 할부, 카드론, 기존 신용대출이 섞여 있으면 주택담보대출 한도에서 크게 밀립니다. 월 50만 원짜리 자동차 할부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연간 600만 원 원리금으로 잡히니, 연봉 5,000만 원 기준 DSR 12%를 이미 쓰고 있는 셈입니다.
대출을 받을 계획이 6개월 안에 있다면 새 할부나 카드론은 신중해야 합니다. 은행은 사정을 듣고 마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시스템에 잡히는 숫자로 판단합니다. 특히 마이너스통장은 실제 사용액이 적어도 한도 전체가 반영되는 경우가 있어, 안 쓰는 한도는 줄이거나 해지하는 게 한도 관리에 유리할 때가 있습니다.
4. 중도상환수수료와 우대금리 조건
금리가 낮아 보여도 조건을 뜯어보면 생각보다 실속이 떨어지는 상품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대금리 0.7%를 받으려면 급여이체, 카드 사용 월 50만 원, 자동이체 3건, 적금 가입까지 요구하는 식입니다. 이미 생활 패턴과 맞으면 괜찮습니다. 그런데 억지로 카드 사용액을 늘려야 한다면 그건 금리 인하가 아니라 지출 증가일 수 있습니다.
중도상환수수료도 꼭 봐야 합니다. 2억 원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1년 뒤 5,000만 원을 갚을 계획이라면, 수수료율 1.2%만 해도 단순 계산으로 60만 원입니다. 물론 남은 기간에 따라 줄어드는 구조가 많지만, 조기 상환 계획이 뚜렷한 사람에게는 무시하기 어려운 비용입니다.
제가 자주 쓰는 기준은 간단합니다. 1년 안에 큰돈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으면 중도상환수수료가 낮은 상품을 우선 봅니다. 반대로 장기간 유지할 대출이라면 금리 자체를 더 세게 비교합니다. 금리는 매달 내는 비용이고, 수수료는 행동을 바꿀 때 드는 비용입니다. 둘 중 어떤 비용이 더 클지 본인 일정표와 같이 놓고 봐야 합니다.
5. 대출 전후 신용점수 관리
대출을 받으면 신용점수가 내려갈 수 있습니다. 다만 무조건 크게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짧은 기간에 여러 금융사에서 한도를 조회하고,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를 같이 쓰는 경우입니다. 신용평가사는 돈이 급한 신호를 숫자로 읽습니다.
예를 들어 3개월 안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예정인데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카드론 500만 원을 먼저 쓰면, 담보대출 심사에서 불리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금액은 작아도 업권과 대출 종류가 영향을 줍니다. 같은 500만 원이라도 은행권 신용대출과 카드론은 평가상 느낌이 다릅니다.
대출 실행 후에는 연체를 피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하루 이틀 연체도 반복되면 기록이 쌓입니다. 자동이체일 전날 잔액을 확인하는 습관만으로도 신용 관리의 절반은 됩니다. 그리고 여윳돈이 생겼을 때는 금리가 높은 대출부터 줄이는 게 기본입니다. 연 17% 카드론을 두고 연 4% 주택담보대출을 먼저 갚는 건 숫자로 보면 손해입니다.
대출을 결정하기 전 확인할 3가지 질문
상담 현장에서 제가 꼭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첫째, 이 돈을 빌리지 않으면 생기는 문제가 정말 더 큰가. 둘째, 매달 갚아도 생활이 흔들리지 않는가. 셋째, 금리가 1%포인트 올라가도 버틸 수 있는가. 이 세 가지에 답이 흐리면 대출 금액을 줄이거나 시기를 늦추는 쪽이 낫습니다.
대출은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닙니다. 집을 사거나 사업을 키우거나 급한 현금흐름을 넘길 때 필요한 도구입니다. 다만 도구가 생활을 끌고 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문제가 됩니다. 은행에서 한도가 8,000만 원 나온다고 해서 꼭 8,000만 원을 다 쓸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보통 필요한 금액보다 10~15% 정도 여유를 보되, 그 여유가 소비로 새지 않게 별도 통장에 묶어두는 방식을 권합니다.
대출을 잘 받는다는 건 가장 많이 빌리는 게 아니라, 갚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덜 비싸게 빌리는 일입니다. 금리표의 숫자보다 내 통장의 흐름이 먼저입니다. 그 순서만 지켜도 불필요한 이자와 불안은 꽤 줄어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