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예금 넣기 전 꼭 계산할 5가지 숫자

창구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은 금리 0.3%p 차이입니다
얼마 전 상담에서 퇴직금 일부인 5,000만원을 1년 예금에 넣으려는 분이 있었습니다. 앱에는 연 3.4%, 창구 상품은 연 2.9%, 저축은행은 연 3.8%까지 보인다고 하셨죠. 숫자만 보면 당연히 3.8%가 좋아 보입니다. 그런데 예금은 금리 하나만 보고 고르면 은근히 손이 가는 상품입니다. 중도해지, 우대조건, 예금자보호 한도, 세금, 만기 후 이율까지 같이 봐야 실제 손에 남는 이자가 보입니다.
2026년 7월 말 기준으로 은행권 1년 정기예금은 대체로 2%대 후반에서 3%대 중반에 많이 몰려 있습니다. 인터넷은행이나 일부 비대면 상품은 3%대 초중반, 저축은행은 그보다 조금 높은 상품이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금리는 매일 바뀝니다. 가입 직전에는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금융감독원 금융상품 비교공시, 저축은행중앙회 공시를 같이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1. 세전 이자보다 세후 이자가 먼저입니다
예금 광고에는 보통 세전 연 금리가 크게 적힙니다. 하지만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세후 이자입니다. 일반과세 기준으로 이자소득세 15.4%가 빠집니다. 계산은 단순합니다. 1,000만원을 연 3.5% 정기예금에 1년 넣으면 세전 이자는 35만원입니다. 여기서 세금 5만3,900원이 빠지고, 실제 받는 이자는 29만6,100원입니다.
금리가 3.0%라면 1,000만원의 세후 이자는 25만3,800원 정도입니다. 3.5%와 3.0% 차이는 세전으로 5만원이지만, 세후로는 약 4만2,300원입니다. 5,000만원이면 이 차이가 약 21만1,500원으로 커집니다. 그래서 1,000만원 정도는 은행 이동의 번거로움까지 따져야 하고, 5,000만원 이상은 0.3%p 차이도 꽤 의미가 있습니다.
- 1,000만원, 연 3.0%, 1년: 세후 약 25만3,800원
- 1,000만원, 연 3.5%, 1년: 세후 약 29만6,100원
- 5,000만원, 연 3.0%, 1년: 세후 약 126만9,000원
- 5,000만원, 연 3.5%, 1년: 세후 약 148만500원
2. 최고금리보다 기본금리를 봐야 손해가 적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자주 보는 실수가 있습니다. 앱 화면의 최고금리만 보고 가입했는데, 만기 때 보니 생각보다 이자가 적은 경우입니다. 이유는 대부분 우대금리입니다. 급여이체, 카드 사용, 첫 거래, 자동이체, 마케팅 동의 같은 조건을 채워야 최고금리가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기본금리 2.6%, 최고금리 3.4%인 상품이 있다고 해보죠. 0.8%p는 우대조건입니다. 3,000만원을 1년 맡기면 0.8%p 차이는 세전 24만원, 세후 약 20만3,000원입니다. 카드 실적 때문에 필요 없는 소비를 월 20만원씩 더 한다면 이자는 이미 의미가 없어집니다. 예금은 돈을 굴리는 상품이지 소비를 늘리는 명분이 되면 안 됩니다.
저라면 우대조건이 복잡한 상품은 두 번 봅니다. 급여이체처럼 이미 하고 있는 조건이면 괜찮습니다. 그런데 새 카드를 만들거나 자동이체를 여러 개 옮겨야 하는 구조라면, 기본금리 높은 단순한 상품이 더 낫습니다. 특히 부모님 명의 예금이나 바쁜 직장인 계좌는 조건 관리가 안 돼서 최고금리를 못 받는 일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3. 5,000만원 넘게 넣을 때는 예금자보호를 나눠야 합니다
예금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은 상품이지만, 금융회사별 예금자보호 한도는 반드시 봐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예금자보호는 한 금융회사당 원금과 이자를 합쳐 1인 5,000만원까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표현은 원금만 5,000만원이 아니라 원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한 저축은행에 5,000만원을 연 3.8%로 1년 넣으면 세전 이자는 190만원입니다. 보호 한도를 보수적으로 맞추려면 원금 5,000만원을 꽉 채우기보다 예상 이자를 감안해 4,800만원대 이하로 나누는 방식이 더 깔끔합니다. 물론 실제 보호 적용에는 상품과 기관별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가입 전 예금보험공사 보호 대상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은행이 여러 개라고 해도 같은 금융회사인지도 봐야 합니다. 지점이 다르다고 보호 한도가 따로 생기는 게 아닙니다. 반대로 금융회사가 다르면 각각 한도가 적용됩니다. 목돈이 1억원이라면 한 곳에 몰아넣기보다 4,800만원 안팎으로 두세 곳에 나누는 방식이 마음 편합니다.
4. 중도해지 가능성이 있으면 1년 금리만 보면 안 됩니다
예금 손해는 대개 중도해지에서 나옵니다. 가입할 때는 1년을 채울 것 같지만, 전세 보증금, 차량 교체, 가족 병원비, 자녀 학비처럼 갑자기 돈이 필요한 일이 생깁니다. 정기예금은 중간에 깨면 약정금리를 거의 못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입 후 얼마 안 되어 해지하면 보통 보통예금 수준의 이율만 적용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5,000만원을 연 3.5% 1년 예금에 넣으면 기대 세후 이자는 약 148만원입니다. 그런데 4개월 뒤 해지해서 중도해지이율이 연 0.5% 수준으로 적용되면 세후 이자는 대략 7만원 안팎에 그칠 수 있습니다. 같은 돈을 3개월, 6개월, 12개월로 나눠 넣었다면 일부만 만기 처리하거나 짧은 만기로 돌릴 수 있어 손실이 줄어듭니다.
목돈을 나누는 현실적인 방식
- 3개월 안에 쓸 가능성이 있는 돈: 파킹통장이나 수시입출금식 상품
- 6개월 정도 여유 있는 돈: 6개월 정기예금 또는 만기 짧은 특판
- 1년 이상 건드리지 않을 돈: 12개월 정기예금
- 5,000만원을 넘는 돈: 금융회사별로 분산
이 방식이 최고금리를 항상 잡아주지는 않습니다. 대신 생활 이벤트 때문에 예금을 깨는 일을 줄여줍니다. 재무설계에서는 수익률보다 현금흐름이 먼저일 때가 많습니다.
5. 만기 후 이율과 자동 재예치도 꼭 확인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만기일을 놓칩니다. 예금 만기 후 돈을 그대로 두면 처음 약속한 금리가 계속 적용되는 게 아닙니다. 만기 후 이율은 별도로 정해져 있고, 대개 매우 낮습니다. 3.5% 예금이 끝났는데 한 달을 방치하면 그 한 달은 훨씬 낮은 금리로 굴러갈 수 있습니다.
자동 재예치도 편하지만 무조건 좋은 기능은 아닙니다. 만기 시점에 시장금리가 올라가 있으면 기존 은행보다 더 좋은 상품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는 국면에서는 자동 재예치가 나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저는 고객에게 만기 7일 전 알림을 꼭 걸어두라고 말합니다. 이건 습관의 문제입니다. 5분만 확인해도 1년 이자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금은 복잡한 투자상품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 방심하기 쉽습니다. 금리 0.1%p를 따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내 돈이 언제 필요한지, 우대조건을 실제로 채울 수 있는지, 보호 한도 안에 있는지부터 맞춰야 합니다. 제 가족 돈이라면 최고금리 하나만 보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세후 이자와 중도해지 가능성까지 계산한 뒤, 귀찮지 않게 유지할 수 있는 상품을 고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