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대출 고르기 전 꼭 계산할 5가지 숫자

얼마 전 상담에서 전세 3억 원짜리 집을 계약하려는 30대 부부를 만났습니다. 두 분은 “금리가 제일 낮은 상품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는데, 실제로 계산해보니 문제는 금리보다 한도였습니다. 필요한 돈은 2억 4천만 원이었지만, 정책대출 조건에서는 받을 수 있는 금액이 그보다 작게 나왔습니다. 전세자금대출은 금리표만 보면 쉬워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보증금, 소득, 보증기관, 집 상태, 잔금일이 같이 맞아야 실행됩니다.
2026년 8월 기준으로 전세자금대출을 볼 때는 먼저 정책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시중은행 전세대출로 메우는 순서가 현실적입니다. 주택도시기금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은 2026년 1월 1일 기준 일반형 기본금리가 연 2.5~3.5%로 고시되어 있고, 일반 가구는 임차보증금의 70% 이내에서 수도권 최고 1억 2천만 원, 수도권 외 8천만 원까지가 기본 틀입니다. 신혼가구나 미성년 2자녀 이상 가구는 임차보증금의 80% 이내에서 수도권 최고 2억 5천만 원, 수도권 외 1억 6천만 원까지로 안내됩니다. 세부 조건은 바뀔 수 있어 신청 직전에는 주택도시기금이나 취급은행 고시를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1. 금리보다 먼저 보는 건 ‘내 돈이 얼마나 필요한가’입니다
전세자금대출 상담에서 가장 많이 놓치는 숫자가 자기자금입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 3억 원 집에 들어가는데 대출이 70%까지 된다고 가정하면 2억 1천만 원입니다. 나머지 9천만 원은 본인 자금이어야 합니다. 여기에 중개보수, 이사비, 보증보험료, 가전 교체비까지 넣으면 실제 필요 현금은 9천만 원보다 커집니다.
반대로 “80% 가능”이라는 말만 듣고 계약했다가 보증기관 심사에서 70% 수준으로 줄어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소득, 기존 신용대출, 카드론, 자동차 할부, 보증기관별 산식이 모두 영향을 줍니다. 저는 계약 전 최소 세 가지 숫자를 적어보라고 말합니다. 보증금, 확정 가능한 대출금, 잔금일까지 실제로 쓸 수 있는 현금입니다.
- 보증금 2억 원, 대출 70%면 대출금은 1억 4천만 원
- 보증금 3억 원, 대출 70%면 대출금은 2억 1천만 원
- 보증금 3억 원, 대출 80%면 대출금은 2억 4천만 원
여기서 중요한 건 ‘비율’이 아니라 상품별 최고 한도입니다. 3억 원의 80%는 2억 4천만 원이지만, 해당 상품 한도가 1억 2천만 원이면 실제 대출은 1억 2천만 원에서 멈춥니다.
2. 정책대출은 싸지만 조건이 좁습니다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같은 정책대출은 금리가 낮은 편입니다. KB국민은행 상품 안내 기준 일반형은 부부합산 소득 구간과 임차보증금 구간에 따라 연 2.5~3.5%가 제시되어 있고, 신혼가구 구간은 연 1.9~3.3%로 안내됩니다. 우대금리까지 적용되면 더 낮아질 수 있지만, 우대는 항목별 중복 여부와 최저금리 제한을 같이 봐야 합니다.
조건은 꽤 촘촘합니다. 일반적으로 무주택 세대주 요건, 임대차계약 체결, 임차보증금 5% 이상 지급, 부부합산 소득 기준이 들어갑니다. 일반형은 부부합산 총소득 5천만 원 이하가 기본이고, 신혼가구는 7천5백만 원 이하, 미성년 2자녀 이상 가구 등은 별도 완화 기준이 붙습니다. 숫자만 보면 단순하지만, 맞벌이의 상여금, 사업자의 소득금액증명, 결혼예정자의 배우자 소득까지 들어가면 생각보다 탈락 사례가 많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정책대출이 되면 무조건 좋다”가 아닙니다. 집 보증금이 상품 한도를 넘거나, 잔금일이 촉박하거나, 임대인 협조가 어려운 경우에는 낮은 금리보다 실행 가능성이 더 중요합니다. 계약금 5%를 넣기 전 은행에서 사전 한도만이라도 받아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3. 월 이자는 1억 원당 1% 차이에 약 8만3천 원입니다
금리 차이는 감으로 보면 작아 보입니다. 그런데 월 현금흐름으로 바꾸면 판단이 달라집니다. 대출 1억 원에서 금리 1%포인트 차이는 연 100만 원, 월 약 8만3천 원입니다. 대출이 2억 원이면 월 약 16만7천 원 차이입니다.
예를 들어 2억 원을 빌릴 때 연 3.0%면 월 이자는 약 50만 원입니다. 연 4.5%면 월 이자는 약 75만 원입니다. 2년이면 차이가 약 600만 원입니다. 그래서 저는 금리 비교를 할 때 “0.3% 낮다”보다 “2년 동안 얼마가 줄어드나”로 바꿔서 봅니다. 2억 원 기준 0.3%포인트는 연 60만 원, 2년이면 약 120만 원입니다. 보증료나 중도상환수수료, 부대비용이 이보다 크면 낮은 금리의 의미가 줄어듭니다.
4. 보증기관과 집 상태가 승인 여부를 가릅니다
전세자금대출은 은행 돈만으로 나가는 대출이 아닙니다. 보통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SGI서울보증 같은 보증기관의 보증이 붙습니다. 같은 사람, 같은 소득이어도 보증기관이 달라지면 한도와 필요서류, 임대인 통지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등기부등본은 계약 전에 봐야 합니다. 선순위 근저당이 큰 집, 압류나 가압류가 있는 집, 임대인이 법인인 집, 다가구주택처럼 선순위 임차인 보증금을 확인하기 어려운 집은 대출과 보증보험에서 걸릴 수 있습니다. 은행 창구에서 가장 난감한 상황은 이미 계약금을 넣었는데 대출이 안 된다는 통보를 받는 경우입니다.
계약서에는 대출 불가 시 계약금 반환 특약을 구체적으로 넣는 편이 낫습니다. “임차인의 전세자금대출이 금융기관 또는 보증기관 심사 결과 불가할 경우 계약금을 반환하고 계약을 해제한다”는 식으로 사유와 주체가 드러나야 분쟁 여지가 줄어듭니다. 문구 하나가 몇백만 원을 지킬 때가 있습니다.
5. 전세대출은 만기 6개월 전부터 봐야 합니다
대부분 전세자금대출은 2년 단위로 움직입니다. 버팀목도 기본 대출기간은 2년 이내이고, 기한연장을 통해 장기간 이용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다만 연장 시점에는 보증금 변동, 소득 변화, 주택 보유 여부, 기존 대출 잔액, 일부상환 조건을 다시 봅니다.
전세 보증금이 3억 원에서 3억 5천만 원으로 오르면 단순히 5천만 원만 더 빌리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 심사는 새 보증금 기준 한도, 기존 대출 잔액, 보증기관 한도, 소득 대비 부채를 같이 봅니다. 기존 대출과 추가 대출의 합이 상품별 비율과 호당 한도 안에 들어와야 합니다.
또 하나는 월세 전환입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2026년 상반기 전월세전환율을 6.4%로 안내했습니다.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릴 때 단순히 “월세가 조금 붙는다”로 볼 일이 아닙니다. 보증금 5천만 원을 낮추고 월세가 30만 원 붙으면 연 360만 원, 보증금 대비 7.2% 비용입니다. 대출금리가 이보다 낮다면 보증금을 유지하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신청 전 제가 꼭 확인하는 5가지
- 등기부등본의 근저당, 압류, 소유자 일치 여부
- 내 연소득과 배우자 소득을 합친 정책대출 가능 구간
- 보증금 대비 대출비율이 아니라 상품별 최고 한도
- 잔금일 기준 서류 준비 기간과 임대인 협조 가능성
- 2년 뒤 연장 또는 이사 때 감당할 월 이자와 현금 여유
전세자금대출은 “얼마까지 나오나요”보다 “그 집에 그 날짜에 실제로 실행되나요”가 더 중요합니다. 금리 0.2%포인트를 아끼는 것도 의미 있지만, 계약 구조가 불안하면 그보다 큰 손해가 생깁니다. 제 가족이 전세를 구한다면 마음에 드는 집을 먼저 고르기보다, 대출 가능 금액과 안전한 등기 상태를 먼저 맞춰놓고 움직이라고 말할 겁니다. 출처는 주택도시기금 및 취급은행 상품 안내, 한국주택금융공사 공지 기준이며 신청 직전 최신 고시는 다시 확인하는 쪽이 맞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