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금액 계산할 때 먼저 보는 4가지 숫자

얼마 전 상담에서 8억 원짜리 아파트를 보러 다닌 부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시세의 70%면 5억 6천만 원까지 되는 것 아닌가요?” 숫자만 놓고 보면 맞는 말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실제 은행 심사에서는 5억 6천만 원이 그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주택담보대출금액은 집값 하나로 정해지지 않고, LTV, DSR, 지역 규제, 기존 대출, 금리 방식이 한꺼번에 걸리기 때문입니다.
제가 창구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도 “집값이 얼마냐”가 아닙니다. 세전 소득, 기존 대출 월 납입액, 사려는 주택의 지역, 그리고 실제 필요한 자기자금입니다. 이 네 가지가 맞지 않으면 금리가 0.2% 낮은 상품을 찾아도 큰 의미가 없습니다.
1. 집값 기준 한도와 소득 기준 한도는 다릅니다
주택담보대출금액을 계산할 때 많은 분이 LTV부터 봅니다. LTV는 담보가치 대비 대출 비율입니다. 예를 들어 6억 원 주택에 LTV 70%가 적용되면 단순 계산상 4억 2천만 원입니다. 규제지역에서 LTV 40%가 적용되면 2억 4천만 원입니다.
그런데 은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DSR도 같이 봅니다. DSR은 연소득 대비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 비율입니다. 은행권은 통상 40% 기준을 봅니다. 연소득 7천만 원이면 1년에 갚을 수 있다고 보는 원리금 한도가 2천8백만 원, 월로는 약 233만 원입니다.
문제는 이미 갚고 있는 대출입니다. 자동차 할부와 신용대출로 매달 40만 원을 내고 있다면 1년에 480만 원이 빠집니다. 그러면 새 주택담보대출에 쓸 수 있는 상환 여력은 연 2천320만 원, 월 약 193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같은 연봉이라도 기존 대출이 있느냐에 따라 한도가 수천만 원씩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2. 6억 집이라고 4억 2천만 원이 항상 나오지 않습니다
실제 숫자로 보겠습니다. 연소득 7천만 원, 기존 대출 월 40만 원, 30년 원리금균등, 실제 금리 연 4.2%라고 가정하겠습니다. 단순 월 상환액만 보면 3억3천만 원대 대출은 감당 가능해 보입니다. 그런데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면 은행은 현재 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상환 능력을 다시 계산합니다.
금융위원회 운영 방향처럼 스트레스 DSR은 금리 상승 가능성을 반영해 대출 한도를 보수적으로 보는 장치입니다. 그래서 실제 금리 4.2%로 월 상환액을 내더라도, 심사에서는 더 높은 금리 기준의 원리금으로 계산될 수 있습니다. 이 차이 때문에 상담 현장에서는 “앱에서는 4억 가까이 나왔는데 은행에서는 3억 초반만 말한다”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6억 원 주택을 수도권 비규제지역에서 산다고 해도 LTV 70% 계산값은 4억2천만 원입니다. 하지만 위 소득과 기존 대출 조건에서는 DSR 쪽 한도가 더 낮게 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규제지역이라면 LTV 40%만 적용해도 2억4천만 원이라서, 이때는 소득보다 담보 규제가 먼저 발목을 잡습니다.
3. 은행이 보는 순서는 ‘가장 낮은 숫자’입니다
주택담보대출금액은 보통 세 가지 숫자 중 가장 낮은 금액으로 좁혀집니다. 첫째, 집값에 LTV를 곱한 담보 기준 금액입니다. 둘째, 내 소득과 기존 부채로 계산한 DSR 기준 금액입니다. 셋째, 수도권이나 규제지역에 걸리는 총액 제한입니다.
- 집값 6억 원, LTV 70%라면 담보 기준은 4억2천만 원
- 연소득 7천만 원에 기존 대출 월 40만 원이면 DSR 기준은 대략 3억 원대 초반까지 내려갈 수 있음
-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구입 목적 대출은 별도 금액 제한도 함께 확인해야 함
- 규제지역은 주택 가격 구간, 보유 주택 수, 처분 조건에 따라 한도가 더 줄어들 수 있음
여기서 착각하면 계약금이 위험해집니다. 매매계약서 쓰기 전에는 중개업소에서 말한 “대출 70% 가능”이라는 말만 믿으면 안 됩니다. 그 말은 대개 담보 비율만 본 표현이고, DSR이나 기존 부채까지 반영한 승인 금액은 아닙니다.
4. 실제 상담에서는 생활비까지 빼고 봅니다
은행 심사는 규정상 가능한 금액을 계산합니다. 하지만 가계 재무에서는 “승인 가능한 금액”과 “버틸 수 있는 금액”을 따로 봐야 합니다. 저는 고객에게 월 상환액이 세후 월소득의 30~35%를 넘으면 꽤 보수적으로 다시 계산해보자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부부 합산 세후 월소득이 550만 원인데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이 210만 원이면 비율이 38%입니다. 여기에 관리비 30만 원, 보험료 40만 원, 자녀 교육비 80만 원, 차량비 50만 원이 붙으면 남는 돈이 빠르게 줄어듭니다. 대출 승인은 나도 2년 뒤 금리 재산정이나 육아휴직, 이직 공백이 오면 현금흐름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특히 변동금리나 혼합형 금리를 선택할 때는 지금 월 납입액만 보지 말고 금리가 1%포인트 올랐을 때를 계산해야 합니다. 3억5천만 원을 30년 원리금균등으로 빌렸다면 금리 4.2%일 때 월 상환액은 대략 171만 원 수준입니다. 금리가 5.2%로 오르면 약 192만 원 안팎까지 올라갑니다. 월 20만 원 차이가 작아 보여도 1년이면 240만 원입니다.
대출 전 최소한 이 숫자는 직접 적어보는 게 좋습니다
주택담보대출금액을 확인할 때는 은행 상담 전에 종이에 다섯 줄만 적어도 실수가 줄어듭니다. 매매가, 보유 현금, 연소득, 기존 대출 월 납입액, 희망 월 상환액입니다. 여기에 취득세, 중개보수, 이사비, 인테리어비까지 별도로 잡아야 합니다. 집값 7억 원에 자기자금 2억 원이 있다고 해서 5억 원만 빌리면 된다고 끝나는 구조가 아닙니다.
- 취득세와 부대비용은 별도 현금으로 준비
- 마이너스통장은 사용액이 적어도 한도와 산정 방식 확인
- 카드론, 자동차 할부, 학자금대출도 DSR에 영향을 줄 수 있음
- 중도상환수수료 기간과 금리 재산정 주기 확인
- 대출 실행일과 잔금일 사이 금리 변동 가능성 확인
솔직히 대출 한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상담은 어렵지 않습니다. 기간을 길게 잡고, 기존 대출을 일부 갚고, 상품을 여러 개 비교하면 숫자는 어느 정도 올라갑니다. 다만 좋은 주택담보대출금액은 “가장 많이 빌린 금액”이 아니라, 집을 산 뒤에도 생활이 무너지지 않는 금액입니다. 제 가족이 집을 산다고 해도 저는 승인 한도보다 월 현금흐름을 먼저 보겠습니다. 집은 오래 가져가야 의미가 있고, 오래 가져가려면 대출이 생활을 잡아먹지 않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