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대출 받기 전 꼭 따져야 할 5가지 숫자

얼마 전 상담실에 30대 부부가 전세자금대출 2억 4천만 원을 들고 왔습니다. 금리는 연 3%대 후반으로 나쁘지 않아 보였는데, 계약서를 같이 보니 더 큰 문제는 금리가 아니었습니다.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가 애매했고, 2년 뒤 갱신 때 보증금이 3천만 원만 올라가도 추가 대출이 막힐 수 있는 구조였거든요.
전세자금대출은 단순히 “얼마까지 나오나”만 보면 위험합니다. 한도, 금리, 보증기관, 집의 권리관계, 만기 때 현금흐름까지 같이 봐야 실제로 안전한 대출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1. 한도는 보증금의 80%가 끝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전세자금대출은 전세보증금의 80%까지 나온다고 기억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보면 이 숫자 때문에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 3억 원짜리 집이면 단순 계산으로 2억 4천만 원까지 가능해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 한도는 보증기관의 보증한도, 개인 소득, 기존 대출, 신용점수, 해당 주택의 선순위 권리까지 같이 반영됩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일반 전세자금보증은 수도권 기준 임차보증금 요건과 최대 보증한도가 따로 있고, 청년 특례나 다자녀 특례처럼 상품별 한도도 다릅니다.
상담할 때 제가 먼저 보는 숫자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보증금의 80% 금액. 둘째, 내 연소득으로 감당 가능한 대출금. 셋째, 보증기관에서 실제로 인정하는 보증 가능액입니다. 이 셋 중 가장 낮은 숫자가 사실상 내 한도에 가깝습니다.
- 보증금 2억 원, 80% 기준: 1억 6천만 원
- 보증금 3억 원, 80% 기준: 2억 4천만 원
- 보증금 5억 원, 80% 기준: 4억 원
그런데 연봉 3천800만 원에 신용대출 4천만 원이 이미 있는 분이라면 3억 원 전세라고 해서 2억 4천만 원이 그대로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존 대출의 이자 부담까지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2. HF, HUG, SGI는 보는 기준이 다릅니다
전세자금대출에서 보증기관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은행 이름보다 보증기관 구조가 더 큰 차이를 만들 때도 있습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은 대체로 임차인의 소득과 신용을 많이 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금안심대출보증은 반환보증 성격이 함께 붙는 구조라서 집 자체의 담보 안정성이 더 크게 작용합니다. SGI서울보증은 상대적으로 고액 전세에서 활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은행별 취급 기준과 개인 신용 조건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실제 사례로, 연소득 5천만 원인 직장인이 보증금 4억 원 아파트에 들어가려 했습니다. 본인은 3억 원 대출을 예상했지만, 해당 주택의 선순위 근저당과 시세 대비 보증금 비율 때문에 한 기관에서는 보증이 어렵다는 답이 나왔습니다. 다른 보증 구조로는 일부 가능했지만, 반환보증 조건이 불리해져 결국 보증금 3억 5천만 원 집으로 낮췄습니다. 금리 0.2%포인트보다 집의 안전성이 더 중요한 상황이었습니다.
3. 금리 0.3%포인트 차이는 2년이면 꽤 큽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은행마다, 보증기관마다, 우대조건마다 달라집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서 은행별 전세자금대출 평균 금리를 비교할 수 있지만, 그 숫자는 어디까지나 평균입니다. 내가 받을 금리는 급여이체, 카드 사용, 자동이체, 신용점수, 보증료, 대출 기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숫자로 보면 체감이 됩니다. 2억 원을 빌렸을 때 연 3.7%와 연 4.0%의 차이는 0.3%포인트입니다. 1년 이자 차이는 약 60만 원, 2년이면 약 120만 원입니다. 월로 나누면 5만 원 정도라 작아 보이지만, 이사비나 중개보수까지 같이 나가는 시기에는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 2억 원, 연 3.7%: 연 이자 약 740만 원
- 2억 원, 연 4.0%: 연 이자 약 800만 원
- 차이: 연 60만 원, 2년 약 120만 원
다만 금리만 보고 은행을 고르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 카드 사용 실적을 매월 50만 원씩 채워야 한다면, 평소 소비가 적은 사람에게는 사실상 비용이 됩니다. 금리 0.1%포인트 아끼려다 불필요한 소비가 늘면 계산이 틀어집니다.
4. 집의 권리관계는 대출 승인보다 먼저 봐야 합니다
은행에서 대출 승인이 났다고 해서 그 집이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전세자금대출은 내 신용으로 받는 대출이지만, 돈은 결국 전세보증금에 묶입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대출자는 은행 이자를 계속 부담해야 합니다.
등기부등본에서 가장 먼저 볼 것은 선순위 근저당입니다. 예를 들어 시세 5억 원 아파트에 근저당 2억 원, 전세보증금 2억 8천만 원이면 합계가 4억 8천만 원입니다. 겉으로는 시세 안에 들어오지만, 실제 경매에서는 감정가보다 낮게 낙찰될 수 있고 비용도 빠집니다. 이 정도면 저는 가족에게 권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빌라나 다세대주택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시세 확인이 어렵고, 같은 건물 안에 비슷한 거래가 적으면 보증기관 심사도 까다로워질 수 있습니다. 신축 빌라에서 “전세대출 가능”이라는 말만 듣고 계약금을 넣는 분들이 있는데, 대출 가능과 보증금 반환 가능은 다른 문제입니다.
- 계약 전 등기부등본의 근저당, 압류, 가압류 확인
-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가능 여부 확인
-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가능 여부 확인
- 시세 대비 보증금 비율이 과도하지 않은지 확인
5. 만기 3개월 전에는 이미 움직여야 합니다
전세자금대출은 받을 때보다 만기 때가 더 어렵습니다. 특히 집주인이 보증금을 늦게 준다거나, 다음 세입자를 구해야 돌려준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대출 만기일과 이사 날짜가 엇갈리면 연장, 대환, 임차권등기까지 검토해야 합니다.
2년 만기 대출이라면 만기 3개월 전에는 은행에 먼저 문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연장이 가능한지, 금리가 얼마나 바뀌는지, 집주인 동의가 필요한지, 보증기관 심사를 다시 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전세보증금이 오른다면 증액 대출이 가능한지도 따로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 보증금 3억 원, 대출 2억 1천만 원인 세입자가 갱신 때 보증금이 3억 3천만 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추가로 3천만 원을 더 빌리고 싶어도 소득이 그대로이고 금리가 올라간 상태라면 은행 심사에서 일부만 가능하다는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부족분은 신용대출로 메우게 되는데, 금리가 더 높아져 전체 이자 부담이 커집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계산합니다
전세자금대출을 검토할 때 저는 대략 이런 순서로 봅니다. 먼저 내가 가진 현금에서 이사비, 중개보수, 보증료, 생활비 3개월치를 빼고 실제 투입 가능한 보증금을 계산합니다. 그다음 필요한 대출금을 정하고, 월 이자 부담이 월소득의 어느 정도인지 봅니다.
월급 실수령액이 320만 원인데 전세대출 이자가 월 75만 원이면 겉으로는 가능해 보여도 부담이 큽니다. 관리비 20만 원, 보험료 30만 원, 통신비와 교통비까지 더하면 저축 여력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저는 보통 전세대출 이자와 주거 관련 고정비를 합쳐 실수령액의 25~30% 안쪽에 두는 편을 권합니다. 맞벌이라도 한 사람 소득이 끊겼을 때 6개월 버틸 수 있는지도 같이 봅니다.
전세자금대출은 잘 쓰면 내 집 마련 전까지 주거비를 안정시키는 좋은 도구입니다. 다만 한도가 많이 나온다는 말이 곧 좋은 선택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대출 가능액보다 중요한 것은 만기 때 보증금을 돌려받을 가능성, 금리가 1%포인트 올라도 버틸 수 있는 현금흐름, 그리고 내가 이해한 조건으로 계약이 진행되고 있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가 편해야 전세 계약도 마음 편하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