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비교 전에 따져볼 4가지 숫자

얼마 전 상담에서 월 보험료가 더 저렴한 종신보험으로 갈아타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두 설계서를 나란히 놓으니 보험료뿐 아니라 납입기간과 해약환급금이 달랐습니다. 종신보험비교는 매달 얼마를 내느냐에서 시작하되, 그 숫자에서 멈추면 안 됩니다.
1. 사망보험금보다 먼저 필요한 기간을 계산합니다
종신보험은 사망 시점을 특정 기간으로 제한하지 않는 사망 보장입니다. 반면 정기보험은 정해진 기간에 사망했을 때 보장합니다. 어린 자녀의 생활비와 주택대출 상환 때문에 앞으로 20년간 큰 보장이 필요하다면, 평생 보장부터 사는 것이 가계에 맞는 순서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대출 잔액이 1억 5천만원이고,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할 때까지 필요한 생활비가 1억 원이라면 현재 필요한 사망 보장을 2억 5천만원 안팎으로 가정할 수 있습니다. 이때 이미 가입한 단체보험이나 개인보험의 사망보험금 5천만원이 있다면 추가로 필요한 금액은 2억 원 수준으로 내려갑니다. 이는 계산 순서를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실제로는 배우자의 소득, 보유자산, 대출 상환 일정도 반영해야 합니다.
반대로 부양할 가족이 없고 대출도 적다면 큰 사망보험금의 우선순위가 낮을 수 있습니다. 장례비나 남길 자금처럼 평생 필요한 금액은 종신보험으로, 부양 부담이 큰 기간의 금액은 정기보험으로 나눠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2. 월 보험료에 납입기간을 곱해 봅니다
설계서에서 월 3만원 차이는 작아 보입니다. 하지만 20년 납입이라면 3만원 × 12개월 × 20년, 총 720만원 차이입니다. 월 18만원인 A안과 월 21만원인 B안을 같은 보장금액, 같은 20년 납입 조건으로 비교한다면 총 납입액은 각각 4,320만원과 5,040만원입니다.
여기서 납입기간이 달라지면 계산을 다시 해야 합니다. 월 24만원을 10년 내는 계약의 총 납입액은 2,880만원이고, 월 15만원을 20년 내는 계약은 3,600만원입니다. 월 보험료만 보면 앞의 계약이 비싸지만 총액은 다릅니다. 그렇다고 총액이 낮은 쪽이 늘 유리한 것도 아닙니다. 10년 동안 월 24만원을 꾸준히 낼 수 있는지, 중간에 소득이 줄어들 가능성까지 봐야 합니다.
보험료를 비교할 때는 가입 나이와 성별, 건강 상태, 사망보험금, 납입기간, 특약 조건을 맞추는 편이 좋습니다. 건강체 할인이나 비흡연 조건이 붙은 견적을 일반 조건의 견적과 섞으면 가격 차이의 이유를 알기 어렵습니다. 생명보험협회 비교공시와 각 보험사의 상품설명서를 확인하더라도, 최종 판단은 본인 조건으로 받은 설계서의 숫자를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3. 해약환급금은 납입 중간 시점까지 봅니다
같은 사망보험금이라도 표준형과 무·저해약환급금형은 보험료와 중도 해지 때 돌려받는 금액이 다릅니다. 금융위원회는 무·저해약환급금형이 같은 보장을 제공하면서 보험료는 낮을 수 있지만, 납입기간 중 해지하면 환급금이 적거나 없다고 설명합니다. 보험료가 저렴한 이유를 해지 조건과 함께 읽어야 하는 셈입니다.
가령 월 20만원씩 5년을 내면 납입액은 1,200만원입니다. 이때 해약환급금이 600만원이라면 돌려받는 비율은 50%이고 손실은 600만원입니다. 환급금 600만원은 계산을 위한 가정값이며 실제 계약의 지급액은 아닙니다. 설계서를 받을 때 3년, 5년, 10년, 납입 완료 시점의 누적 납입액과 해약환급금을 한 줄씩 대응해 보면 중도 해지 부담이 드러납니다.
특히 ‘납입을 마치면 환급률이 높다’는 설명을 들었다면 그 전 해의 숫자도 봐야 합니다. 일부 단기납 상품은 특정 시점의 보너스가 환급금에 반영됩니다. 금융위원회도 이런 구조의 종신보험을 저축상품처럼 받아들이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보너스 지급 조건, 계약 유지 조건, 지급 전 해지 시 금액은 상품마다 확인해야 합니다.
4. 특약과 기존 계약을 함께 놓고 판단합니다
주계약의 사망보험금이 같아도 특약이 다르면 총 보험료는 달라집니다. 재해사망, 질병 진단, 납입면제 같은 항목이 필요한 보장인지 따로 보세요. 특히 재해사망보험금은 모든 사망에 더해지는 돈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어떤 사유에 얼마가 지급되는지는 주계약과 특약을 구분해 읽어야 합니다.
기존 종신보험이 있다면 새 계약의 보험료만 보고 해지하는 일은 신중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낸 보험료와 현재 해약환급금의 차이, 기존 계약의 보장 내용, 새 계약의 심사 결과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나이가 들거나 건강 상태가 달라졌다면 새 계약의 보험료가 예상보다 높거나 가입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새 계약의 보장이 확정되기 전에 기존 계약을 없애면 보장에 빈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제가 설계서를 볼 때 가장 먼저 묻는 것은 ‘이 사망보험금이 언제까지, 누구에게 필요한가’입니다. 그 답이 정해지면 월 보험료, 총 납입액, 중도 해약환급금을 같은 조건에서 비교할 수 있습니다. 평생 보장이 꼭 필요한 금액만 종신보험으로 남기고, 한동안 필요한 큰 보장은 기간을 정해 준비하는 쪽이 더 편안한 가계도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