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 전 반드시 계산해야 할 5가지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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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계약 전 반드시 계산해야 할 5가지 숫자

얼마 전 상담실에 30대 맞벌이 부부가 전세 계약서를 들고 오셨습니다. 보증금 3억 2천만 원, 전세대출 2억 원, 집주인은 “문제없는 집”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등기부를 보니 선순위 근저당이 1억 6천만 원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평범한 전세였지만, 숫자를 넣어보니 보증금 회수 위험이 꽤 큰 계약이었습니다.

전세는 월세보다 싸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 돈 수천만 원에서 몇 억 원을 집주인에게 맡기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전세 계약은 “집이 마음에 드는지”보다 “돈이 돌아올 구조인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1. 보증금과 시세의 비율부터 봐야 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가장 먼저 보는 숫자는 전세가율입니다. 계산은 단순합니다. 전세보증금을 매매시세로 나누면 됩니다.

예를 들어 매매시세가 4억 원인 집에 전세보증금이 3억 4천만 원이면 전세가율은 85%입니다. 이 정도면 집값이 10%만 내려도 보증금 회수가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빌라, 오피스텔, 다세대주택은 아파트보다 실거래가 확인이 어렵고 매도 유동성도 낮습니다.

상담할 때 저는 보통 이렇게 봅니다. 아파트는 전세가율 70% 안팎이면 비교적 부담이 덜하고, 80%를 넘으면 다른 조건까지 촘촘히 확인합니다. 빌라나 다세대는 70%만 넘어도 보수적으로 봅니다. 집주인이 “주변도 다 이 가격”이라고 말해도 실제 거래가와 감정가가 받쳐주지 않으면 의미가 약합니다.

2. 선순위 채권은 보증금보다 먼저 빠져나갑니다

전세에서 많이 놓치는 부분이 등기부의 근저당입니다. 근저당이 있다는 말은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은행이 먼저 돈을 가져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집 시세가 4억 원이고, 선순위 근저당 채권최고액이 1억 5천만 원, 내 전세보증금이 2억 8천만 원이라면 합계가 4억 3천만 원입니다. 이미 시세를 넘습니다. 경매에서는 시세 그대로 낙찰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4억짜리가 3억 4천만 원에 낙찰되면 은행이 먼저 가져가고, 세입자는 일부를 못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대출 원금이 아니라 등기부에 적힌 채권최고액을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은행 근저당은 보통 실제 대출금보다 110~130% 정도 크게 잡힙니다. 집주인이 “실제 대출은 1억뿐”이라고 해도 등기부상 채권최고액이 1억 2천만 원이면 계산은 1억 2천만 원으로 하는 게 안전합니다.

3. 전세대출 이자는 보증금보다 현금흐름으로 따져야 합니다

전세대출은 한도가 많이 나온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매달 빠져나갈 이자를 먼저 봐야 합니다.

전세대출 2억 원을 연 4.0% 금리로 받으면 1년 이자는 800만 원입니다. 월로 나누면 약 66만 7천 원입니다. 금리가 연 3.5%라면 월 약 58만 3천 원, 연 4.5%라면 월 75만 원입니다. 금리 1%포인트 차이가 월 16만 원 넘게 벌어집니다.

여기에 관리비 15만 원, 보험료와 통신비, 기존 신용대출 이자까지 더하면 체감 부담은 더 커집니다. 제가 권하는 방식은 단순합니다. 전세대출 이자와 고정 생활비를 더했을 때 월 소득의 35%를 넘는지 보는 겁니다. 맞벌이 월 실수령 600만 원 가구라면 주거 관련 고정비가 210만 원을 넘는 순간 저축률이 빠르게 무너집니다.

  • 대출 1억 원, 연 4.0%: 월 이자 약 33만 원
  • 대출 2억 원, 연 4.0%: 월 이자 약 67만 원
  • 대출 3억 원, 연 4.0%: 월 이자 약 100만 원

숫자로 보면 전세가 “무조건 월세보다 유리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월세와 비교할 때는 보증금 차액의 이자 비용까지 같이 넣어야 합니다.

4. 보증보험은 가입 가능 여부를 계약 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사고가 났을 때 세입자에게 매우 중요한 안전장치입니다. 다만 모든 집이 자동으로 가입되는 건 아닙니다. 주택가격 산정, 선순위 채권, 임대인 조건, 계약 기간,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요건 등에 따라 거절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아쉬운 경우가 계약금까지 보낸 뒤에 보증보험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아는 상황입니다. 이때는 협상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그래서 특약에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불가 시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반환한다”는 문구를 넣는 것이 좋습니다.

보증기관 기준은 바뀔 수 있으니 HUG 주택도시보증공사와 HF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최신 안내를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참고로 공식 안내는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페이지(https://www.khug.or.kr)와 HF 전세자금보증 안내(https://www.hf.g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5. 계약 당일보다 잔금일 아침이 더 중요합니다

전세 계약에서 등기부는 계약할 때 한 번만 보는 서류가 아닙니다. 계약 전, 잔금 전, 전입신고 후까지 봐야 합니다. 중간에 근저당이 새로 잡히거나 소유자가 바뀌는 사례가 실제로 있습니다.

잔금일 아침 등기부등본을 다시 발급받아야 합니다. 계약서 작성일에는 깨끗했는데 잔금 직전에 대출이 잡히면 내 보증금 순위가 밀릴 수 있습니다. 잔금을 보낸 뒤에는 바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진행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같은 날 처리하는 게 좋습니다.

특약도 숫자와 조건으로 써야 힘이 있습니다. “문제 발생 시 책임진다” 같은 문장은 약합니다. “잔금일 전까지 등기부상 신규 근저당, 가압류, 압류 등 권리 제한이 발생하면 임차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임대인은 계약금 및 지급액 전액을 반환한다”처럼 구체적으로 적는 편이 낫습니다.

제가 전세 계약서에서 꼭 보는 항목

  • 전세보증금이 실거래 매매가의 몇 %인지
  • 선순위 근저당 채권최고액과 내 보증금의 합계
  • 전세대출 금리 1%포인트 상승 시 월 부담액
  •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가능 여부
  • 잔금일 등기부 변동 가능성과 특약 문구

전세는 집을 고르는 일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히는 보증금 회수 가능성을 판단하는 일입니다. 마음에 드는 집이라도 숫자가 맞지 않으면 한 번 멈춰야 합니다. 반대로 집이 아주 화려하지 않아도 전세가율이 낮고, 선순위 권리가 깨끗하고, 보증보험까지 가능하다면 훨씬 편하게 살 수 있습니다.

제가 가족 전세를 본다면 인테리어보다 등기부를 먼저 봅니다. 역세권인지보다 보증금과 시세의 비율을 먼저 계산합니다. 전세에서 좋은 선택은 싸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나올 때 내 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를 고르는 쪽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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