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에서 손해 줄이는 5가지 점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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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에서 손해 줄이는 5가지 점검법

얼마 전 상담에서 40대 직장인 고객이 퇴직연금 잔액 6,800만 원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런데 7년 동안 기본형 상품에 거의 그대로 묶여 있었고, 연 수익률은 1%대 초반이었습니다. 본인은 “회사가 알아서 넣어주는 돈”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 돈은 노후 생활비의 출발점입니다. 그냥 두면 편하지만, 편한 만큼 놓치는 금액도 꽤 큽니다.

퇴직연금은 이름 때문에 멀게 느껴지지만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회사가 책임지는 DB형, 내가 운용을 고르는 DC형, 개인이 추가로 관리하는 IRP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 세 가지를 구분하지 못한 채 상품명만 보고 가입하거나, 세액공제만 보고 돈을 넣었다가 중도해지 때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1. DB형과 DC형은 손익 구조가 완전히 다릅니다

DB형은 퇴직 직전 평균임금과 근속연수로 퇴직급여가 계산됩니다. 운용 성과가 나쁘더라도 회사가 약속한 퇴직급여를 책임지는 구조라서, 직원 입장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임금 상승률이 높고 근속 가능성이 큰 사람에게는 DB형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DC형은 매년 회사가 임금총액의 일정 비율을 넣어주고, 그 돈을 근로자가 직접 운용합니다. 수익이 나면 내 몫이 늘고, 손실이 나면 내 퇴직금도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매년 500만 원씩 20년간 적립한다고 가정하면 원금은 1억 원입니다. 연 2%로 굴리면 약 1억2,100만 원, 연 5%라면 약 1억7,300만 원 수준까지 차이가 벌어집니다. 같은 회사, 같은 급여라도 운용 선택에 따라 수천만 원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2. 원리금보장형만 고집하면 물가에 밀릴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 계좌를 보면 예금, 이율보증형 보험, ELB 같은 원리금보장형 상품만 담긴 경우가 많습니다. 안정감은 있습니다. 근데 20년 이상 굴릴 돈까지 전부 낮은 금리 상품에만 두면 물가 상승을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연 2.5% 상품에 3,000만 원을 10년 두면 세전 약 3,840만 원입니다. 연 5%로 운용되면 약 4,890만 원입니다. 차이는 약 1,050만 원입니다. 물론 5%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장기 자금이라면 일부는 TDF, 채권혼합형, 글로벌 주식형 펀드처럼 기간에 맞는 위험자산을 섞는 방식도 검토할 만합니다.

퇴직연금에는 위험자산 투자 한도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DC형과 IRP는 주식형 펀드 등 위험자산 비중에 제한이 있고, 상품마다 편입 가능 여부가 다릅니다. 그래서 “수익률 높은 것 하나”보다 내 나이, 은퇴 예상 시점, 손실을 견딜 수 있는 범위를 먼저 봐야 합니다.

3. IRP 세액공제는 공짜 혜택처럼 보이지만 조건이 붙습니다

IRP를 권유받는 가장 큰 이유는 세액공제입니다. 현행 기준으로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을 합산해 최대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총급여 5,500만 원 이하 구간은 공제율이 16.5%, 그 초과 구간은 13.2%가 적용되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숫자로 보면 꽤 큽니다. 900만 원을 채우고 16.5%를 적용받으면 세금이 최대 148만5,000원 줄어듭니다. 13.2%라면 118만8,000원입니다. 그래서 연말에 급하게 IRP에 돈을 넣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IRP는 중도 인출이 자유로운 통장이 아닙니다.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전세보증금, 6개월 이상 요양 등 예외 사유가 아니면 해지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고, 그동안 받은 세액공제 혜택에 기타소득세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1년 안에 쓸 전세자금, 자녀 등록금, 사업 준비금까지 IRP에 넣는 건 신중해야 합니다.

4. 수수료 0.3% 차이도 20년이면 작지 않습니다

퇴직연금은 수익률만 보는 분들이 많지만, 수수료도 같이 봐야 합니다. 운용관리수수료, 자산관리수수료, 펀드 보수까지 합치면 생각보다 차이가 납니다. 같은 수익률의 상품을 골라도 비용이 높으면 내 계좌에 남는 돈은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5,000만 원을 20년 굴릴 때 연 비용이 0.3% 더 높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만으로도 매년 15만 원 전후의 비용 차이가 생깁니다. 잔액이 커질수록 차이는 더 커집니다. 특히 퇴직 직전에는 계좌 규모가 커져 있어 0.1%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마다 제공 상품과 수수료 체계가 다릅니다. 은행은 상담 접근성이 좋고, 증권사는 펀드와 ETF 선택지가 넓은 편이며, 보험사는 일부 보증형 상품에 강점이 있습니다. 다만 어느 업권이 무조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내 계좌에서 실제로 살 수 있는 상품, 총비용, 모바일 관리 편의성을 같이 봐야 합니다.

5. 퇴직 직전에는 수익률보다 인출 순서가 중요합니다

상담 현장에서 가장 아까운 경우는 은퇴 직전에 큰 손실을 맞는 계좌입니다. 30대와 40대에는 변동성을 견딜 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60세 전후에는 회복할 시간이 짧습니다. 퇴직이 3년 이내라면 위험자산 비중을 낮추고, 연금으로 받을 금액과 일시금으로 받을 금액을 나눠 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연금 수령은 보통 만 55세 이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선택할 수 있고, 연금으로 받으면 세금 부담이 일시금보다 낮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퇴직소득, 개인 납입분, 운용수익이 섞여 있으면 과세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대충 계산하면 실제 입금액이 예상보다 적어 당황하는 일이 생깁니다.

제가 권하는 방식은 간단합니다. 첫째, 1년 안에 쓸 생활비는 안전자산으로 둡니다. 둘째, 3~5년 안에 쓸 돈은 변동성이 낮은 상품 중심으로 둡니다. 셋째, 10년 이상 뒤에 쓸 돈은 일부 성장형 자산을 남깁니다. 퇴직연금은 은퇴일에 끝나는 돈이 아니라 은퇴 후 20년, 30년에 걸쳐 꺼내 쓸 돈이기 때문입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바로 확인할 3가지

  • 내 계좌가 DB형인지 DC형인지, IRP가 별도로 있는지 확인합니다.
  • 최근 1년, 3년 수익률과 현재 상품별 비중을 봅니다.
  • 총수수료와 중도해지 시 세금 부담을 확인합니다.

퇴직연금은 좋은 상품 하나를 맞히는 게임이 아닙니다. 내 퇴직 시점, 현금흐름, 세금, 손실 감내 수준을 맞춰 가는 관리의 문제입니다. 솔직히 1년에 한 번만 제대로 점검해도 방치된 계좌와는 결과가 달라집니다. 은행 창구에서 권하는 상품명을 그대로 받아 적기 전에, 이 돈을 언제 쓰고 얼마나 흔들려도 버틸 수 있는지부터 숫자로 적어보는 게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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