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가입 전 확인할 5가지 숫자, 1천만 원 맡기면 얼마나 남을까

얼마 전 PB센터에서 만난 50대 고객님이 1년 정기예금 1억 원을 들고 오셨습니다. 광고에는 최고 연 4.0%라고 적혀 있었는데,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금리는 연 3.35%였습니다. 급여이체, 카드 사용, 신규 고객 조건을 다 채워야 최고금리가 붙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예금은 단순해 보이지만, 막상 계산해보면 생각보다 차이가 큽니다.
2026년 9월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3.00%입니다. 기준금리가 예금금리를 그대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은행들이 예금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모을지 판단하는 기준선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예금은 “어느 은행이 제일 높다”보다 “내가 실제로 받을 금리가 얼마냐”가 먼저입니다.
1. 세전 금리보다 세후 금액을 먼저 봐야 합니다
정기예금 상담에서 가장 많이 놓치는 숫자가 세금입니다. 일반 과세 예금은 이자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합쳐 15.4%가 빠집니다. 예를 들어 1천만 원을 연 3.8% 정기예금에 1년 넣으면 세전 이자는 38만 원입니다. 그런데 실제 통장에 들어오는 이자는 약 32만1,480원입니다.
같은 1천만 원이라도 연 3.5%면 세후 이자는 약 29만6,100원, 연 4.0%면 약 33만8,400원입니다. 금리 0.5%포인트 차이가 1년 뒤 세후로는 약 4만2,300원 차이입니다. 1천만 원 기준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1억 원이면 42만 원 넘게 벌어집니다.
- 1천만 원, 연 3.5%, 1년: 세후 약 29만6천 원
- 1천만 원, 연 3.8%, 1년: 세후 약 32만1천 원
- 1천만 원, 연 4.0%, 1년: 세후 약 33만8천 원
그래서 예금 비교는 세전 금리표만 보면 부족합니다. 금리 차이가 0.1%포인트라면 1천만 원 기준 세후 차이는 8,460원 정도입니다. 이 정도 차이를 위해 계좌를 새로 만들고, 앱을 설치하고, 우대조건을 맞추는 수고가 필요한지 따져봐야 합니다.
2. 최고금리와 기본금리는 다른 상품처럼 봐야 합니다
은행 창구에서 실제로 민원이 생기는 부분은 대부분 우대금리입니다. 광고에는 연 4.2%라고 적혀 있지만 기본금리는 연 3.4%, 우대금리 0.8%포인트가 붙어 있는 식입니다. 문제는 이 우대조건이 생각보다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급여이체 0.2%포인트, 카드 30만 원 이상 사용 0.2%포인트, 마케팅 동의 0.1%포인트, 첫 거래 0.3%포인트라면 기존 고객은 애초에 0.3%포인트를 못 받을 수 있습니다. 카드 사용 조건을 맞추려고 필요 없는 소비를 하면 예금 이자보다 지출이 더 커집니다.
1천만 원 예금에서 우대금리 0.2%포인트는 세전 2만 원, 세후 약 1만6,920원입니다. 카드 실적 30만 원을 억지로 맞추면서 평소보다 2만 원을 더 쓰면 이미 손해입니다. 예금은 소비를 늘려서 금리를 받는 상품이 아닙니다.
3. 6개월, 12개월, 24개월 중 무조건 긴 만기가 유리하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예금은 오래 묶을수록 금리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금리 상승기나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꼭 그렇지 않습니다. 6개월 예금이 연 3.7%, 12개월 예금이 연 3.8%, 24개월 예금이 연 3.6%인 경우도 흔합니다. 은행 입장에서도 장기 자금을 꼭 비싸게 받을 이유가 없을 때가 있습니다.
만기 선택은 돈 쓸 날짜와 맞춰야 합니다. 1년 뒤 전세 보증금 일부가 필요하다면 2년 예금 금리가 0.1%포인트 높아도 피하는 게 낫습니다. 중도해지하면 약정금리가 아니라 중도해지이율이 적용되는데, 실제로는 연 1% 안팎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1억 원을 연 3.8% 1년 예금에 넣으면 세후 이자는 약 321만 원입니다. 그런데 8개월 만에 해지해 중도해지이율이 연 1.0%로 적용되면 세후 이자는 대략 56만 원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약정대로 유지했을 때와 비교하면 200만 원 넘게 차이가 납니다. 예금에서 가장 비싼 실수는 낮은 금리가 아니라 계획 없는 중도해지입니다.
4. 예금자보호 5천만 원은 원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입니다
예금자보호를 이야기할 때 “은행별 5천만 원까지 안전하다”는 말만 기억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확히는 같은 금융회사별로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쳐 1인당 5천만 원까지 보호됩니다. 5천만 원 원금을 딱 넣으면 이자까지 포함할 때 보호 한도를 넘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 4.0% 1년 예금에 5천만 원을 넣으면 세전 이자는 200만 원입니다. 원리금 합계는 5,200만 원이 됩니다. 보호 한도만 기준으로 보수적으로 나누려면 한 금융회사에 4,800만 원 정도씩 배분하는 방식이 더 깔끔합니다. 물론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위험을 똑같이 볼 필요는 없지만, 원리금 기준이라는 점은 꼭 기억해야 합니다.
특히 저축은행, 상호금융, 인터넷전문은행 예금을 비교할 때는 금리만 보지 말고 보호 한도와 만기 분산을 같이 봐야 합니다. 금리 0.2%포인트를 더 받겠다고 전 재산을 한 곳에 몰아넣는 방식은 PB로서 권하기 어렵습니다.
5. 파킹통장과 정기예금은 역할이 다릅니다
요즘은 파킹통장 금리도 꽤 높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기예금 대신 전부 파킹통장에 두려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파킹통장은 금리가 수시로 바뀔 수 있고, 일정 금액까지만 높은 금리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5천만 원까지 연 3.2%, 초과분은 연 1.0% 같은 구조라면 큰돈을 넣을수록 평균 금리는 낮아집니다.
저는 보통 생활비 3개월치와 6개월 안에 쓸 돈은 파킹통장, 6개월 이상 쓸 계획이 없는 돈은 정기예금으로 나누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현금 5천만 원이 있고 1년 안에 쓸 돈이 1천만 원이라면, 1천만 원은 파킹통장에 두고 4천만 원은 6개월 또는 12개월 예금으로 나누는 식입니다.
금리만 보면 단순하지만, 실제 가계 돈 흐름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병원비, 이사, 자녀 학비, 자동차 교체처럼 갑자기 목돈이 필요한 일이 생깁니다. 예금은 높은 금리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지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금액만 묶는 게 더 중요합니다.
예금 가입 전 이 3가지만 계산하면 실수가 줄어듭니다
첫째, 세후 이자를 계산합니다. 둘째, 우대조건 없이 받을 수 있는 기본금리를 확인합니다. 셋째, 중도해지하지 않을 금액만 만기에 맞춰 넣습니다. 이 세 가지를 확인하면 광고금리 때문에 흔들릴 일이 확실히 줄어듭니다.
제가 가족에게 예금을 권할 때도 방식은 같습니다. 최고금리 1등 상품을 찾아다니기보다, 실제 받을 금리와 해지 가능성, 보호 한도를 같이 봅니다. 예금은 큰 수익을 내는 상품이 아니라 현금을 지키면서 이자를 조금이라도 더 받는 도구입니다. 그래서 욕심을 조금 덜어내고 숫자를 차분히 보면, 오히려 손에 남는 돈이 더 분명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