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통합대출 전 반드시 계산할 5가지 숫자

얼마 전 상담실에 온 40대 직장인 고객이 카드론 2건, 저축은행 신용대출 1건, 마이너스통장까지 합쳐 매달 118만원을 갚고 있었습니다. 본인은 채무통합대출을 받으면 문제가 거의 풀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숫자를 놓고 보니 절반은 맞고 절반은 위험했습니다.
채무통합대출은 흩어진 빚을 하나로 묶거나 더 낮은 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방식입니다. 잘 쓰면 이자와 상환일 관리 부담이 줄어듭니다. 그런데 단순히 월 납입액만 낮추면 총 이자는 오히려 늘 수 있습니다. 은행 창구에서 제가 가장 먼저 보는 것도 상품명이 아니라 금리, 기간, 수수료, 총이자, 현금흐름입니다.
1. 평균금리보다 실제 절감액을 먼저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카드론 900만원 연 16.5%, 현금서비스 300만원 연 18%, 저축은행 대출 1,200만원 연 14.8%라면 총 대출은 2,400만원입니다. 단순 연이자로 보면 1년에 약 380만원, 월로 나누면 약 31만7천원 수준입니다.
이 금액을 연 10.8% 대출로 통합하면 1년 이자는 약 259만원, 월 이자는 약 21만6천원입니다. 이자만 놓고 보면 월 10만원가량 줄어듭니다. 이 정도면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면 안 됩니다.
기존 대출을 3년 안에 갚을 예정이었는데 새 대출을 5년으로 늘리면 월 납입액은 확 낮아져도 총이자가 늘 수 있습니다. 2,400만원을 연 15.8%로 3년 갚으면 월 상환액은 대략 84만원, 총이자는 약 630만원 안팎입니다. 같은 돈을 연 10.8%로 5년 갚으면 월 상환액은 약 52만원으로 내려가지만 총이자는 약 710만원 수준이 됩니다. 월 부담은 32만원 줄었는데 전체 이자는 더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2. 채무통합대출이 맞는 사람 3가지
채무통합대출이 효과적인 경우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첫째, 현재 금리가 연 14~20% 구간에 몰려 있고 정상 상환 중인 사람입니다. 법정 최고금리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되는 기준상 연 20%입니다. 이미 그 근처 금리를 쓰고 있다면 1금융권이나 정책서민금융으로 내려올 여지가 있는지 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상환일이 여러 개라 연체 위험이 커진 사람입니다. 월급일은 25일인데 카드론은 5일, 저축은행은 12일, 현금서비스 결제는 18일이면 돈이 있어도 실수로 밀립니다. 이때 대출 건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신용점수 방어에 도움이 됩니다.
셋째, 최근 6개월 연체가 없고 소득 증빙이 가능한 사람입니다. 채무통합은 결국 새 대출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재직기간, 건강보험료, 원천징수영수증, 사업소득 신고 내역 같은 기본 자료가 깔끔해야 금리 협상이 됩니다.
3. 피해야 하는 경우도 분명합니다
반대로 이미 연체가 시작됐거나 매달 원리금이 소득의 절반을 넘는다면 채무통합대출만 붙잡으면 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새 대출로 기존 빚을 막는 구조가 반복되면 한도는 빨리 닫히고 금리는 올라갑니다. 이 단계에서는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이나 법률 상담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또 하나 조심할 부분은 추가한도입니다. 상담 현장에서 가장 아쉬운 장면이 이겁니다. 2,000만원만 통합하면 되는데 금융사가 3,000만원 한도를 준다고 해서 1,000만원을 생활비로 더 씁니다. 겉으로는 대출이 하나로 줄었지만 실제 부채는 늘어난 겁니다. 채무통합대출은 빚을 줄이는 도구이지, 여윳돈을 만드는 통장이 아닙니다.
- 기존 대출보다 금리가 2%포인트 이상 낮아지는지
- 상환기간을 늘렸을 때 총이자가 늘지 않는지
- 중도상환수수료와 보증료를 빼도 이득인지
- 추가한도를 쓰지 않고 기존 채무만 상환하는지
- 대출 실행 후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끊을 수 있는지
4. 수수료와 보증료를 빼고 계산해야 진짜 이득입니다
대환할 때는 기존 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 새 대출의 보증료, 인지세 같은 비용이 붙을 수 있습니다. 특히 정책서민금융을 이용할 때는 보증료가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금리만 보고 연 3%포인트 낮아졌다고 좋아했는데, 실제 비용을 넣어보면 첫해 절감액이 생각보다 작을 때가 있습니다.
계산은 이렇게 단순하게 하면 됩니다. 앞으로 1년 동안 줄어드는 이자에서 대환 비용을 빼는 겁니다. 예를 들어 금리 인하로 1년 이자 90만원이 줄어드는데 중도상환수수료와 보증료가 45만원이면 첫해 순이익은 45만원입니다. 이 정도면 할 만합니다. 반대로 절감액 40만원에 비용 55만원이면 최소 1년 안에는 손해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추진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로 신용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갈아타기도 예전보다 쉬워졌습니다. 다만 플랫폼에 보이는 금리는 예비 조건입니다. 실제 실행 금리는 재직, 소득, 부채비율, 신용점수, 내부등급에서 바뀔 수 있습니다.
5. 광고 문구보다 위험 신호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채무통합대출을 검색하면 정부지원, 무조건 승인, 당일 고액 승인 같은 문구가 많이 나옵니다. 솔직히 이런 말이 강할수록 더 천천히 봐야 합니다. 정상 금융회사는 대출 실행 전에 개인 계좌로 보증료나 작업비를 먼저 보내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신용점수를 올려주겠다며 수수료를 요구하는 방식도 피해야 합니다.
저신용·저소득이라 은행 대출이 어렵다면 서민금융진흥원 정책서민금융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햇살론 계열이나 불법사금융 예방 목적 상품처럼 제도권 안에서 검토할 수 있는 통로가 있습니다. 단, 이름이 비슷한 사설 광고가 많기 때문에 기관명과 신청 경로를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상담 전에 준비하면 좋은 숫자
- 대출별 잔액, 금리, 만기, 월 상환액
- 최근 3개월 급여 또는 사업소득 입금액
- 카드론, 현금서비스, 리볼빙 잔액
- 연체 이력과 최근 신용점수 변동
- 대환 후 원하는 상환기간과 월 상환 가능액
제가 가족에게 같은 상황을 묻는다면, 먼저 새 대출의 월 상환액이 아니라 총이자표부터 보라고 말합니다. 월 20만원 줄어드는 건 당장 숨통을 틔워주지만, 그 대신 3년 더 묶이면 생활이 다시 빚에 맞춰집니다. 채무통합대출은 잘 쓰면 좋은 응급처치가 됩니다. 다만 진짜 회복은 대출을 하나로 만드는 순간이 아니라, 그 뒤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다시 쓰지 않는 생활 구조를 만드는 데서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