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가입 전 꼭 계산할 5가지 숫자

얼마 전 PB센터에 오래 거래하신 고객이 오셨습니다. 1억 2천만 원을 정기예금에 넣으려는데, 앱 화면에 보이는 최고금리만 보고 바로 가입하려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조건을 하나씩 뜯어보니 실제 받을 수 있는 금리는 최고금리보다 0.4%포인트 낮았고, 보호 한도도 나눠야 하는 금액이었습니다. 정기예금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손익은 꽤 자주 화면의 숫자와 다르게 나옵니다.
1. 최고금리보다 기본금리를 먼저 봅니다
정기예금 비교표를 보면 가장 크게 보이는 숫자는 보통 최고금리입니다. 그런데 상담 현장에서 보면 실제 가입자가 놓치는 부분은 그 옆의 기본금리입니다. 최고금리는 급여이체, 카드 사용, 첫 거래, 마케팅 동의, 자동이체 같은 조건을 모두 채웠을 때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12개월 정기예금 최고금리가 연 3.4%, 기본금리가 연 3.0%인 상품이 있다고 보겠습니다. 5천만 원을 넣으면 세전 이자는 최고금리 기준 170만 원, 기본금리 기준 150만 원입니다. 세전 차이가 20만 원이고, 이자소득세 15.4%를 빼면 손에 쥐는 차이는 약 16만 9천 원입니다.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예금은 원금이 클수록 이런 차이가 그대로 커집니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한눈에나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서 비교할 때도 최고금리 순위만 보지 말고, 기본금리와 우대조건을 같이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우대조건을 억지로 맞추기 위해 불필요한 카드 실적을 만들면 예금 이자보다 지출이 더 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2. 세후 이자로 비교해야 체감이 맞습니다
정기예금 이자는 대부분 이자소득세 14%와 지방소득세 1.4%를 합쳐 15.4%가 원천징수됩니다. 그래서 연 3.0% 예금이라고 해도 실제 세후 수익률은 단순 계산으로 약 2.538% 수준입니다.
- 1천만 원을 연 3.0%에 1년 예치하면 세전 이자 30만 원
- 세금 15.4%를 빼면 세후 이자 약 25만 3,800원
- 5천만 원이면 세후 이자 약 126만 9,000원
- 1억 원이면 세후 이자 약 253만 8,000원
이 숫자를 보면 금리 0.1%포인트 차이도 의미가 생깁니다. 1억 원 기준으로 연 0.1%포인트는 세전 10만 원, 세후 약 8만 4,600원입니다. 은행을 바꾸고 신규 앱을 설치하고 우대조건을 맞추는 수고가 이 금액만큼 가치 있는지 판단하면 됩니다.
3. 6개월, 12개월, 24개월은 금리보다 자금 일정이 먼저입니다
요즘 고객 상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 6개월로 짧게 갈지, 1년으로 묶을지입니다. 답은 금리 전망보다 돈을 쓸 날짜에 가깝습니다. 8개월 뒤 전세 보증금, 학자금, 사업자금처럼 일정이 정해져 있다면 12개월 고금리 상품이 오히려 불리할 수 있습니다. 중도해지하면 약정금리를 거의 못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가령 5천만 원을 연 3.2% 12개월 예금에 넣었는데 7개월 만에 해지한다고 해보겠습니다. 약정대로라면 1년 세전 이자가 160만 원입니다. 하지만 중도해지이율이 낮게 적용되면 실제 이자는 기대보다 크게 줄 수 있습니다. 은행마다 산식은 다르지만, 가입 기간별로 약정이율의 일부만 인정하는 구조가 흔합니다.
저는 자금 사용 시점이 애매한 고객에게 한 번에 몰아넣기보다 3개월, 6개월, 12개월로 나누는 방식을 자주 권합니다. 금리를 조금 덜 받더라도 중도해지 위험을 줄이는 게 더 실속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금은 많이 버는 상품이라기보다, 잃지 않고 기다리는 상품에 가깝습니다.
4. 예금자보호는 금융회사별 1인당 1억 원 기준입니다
2025년 9월 1일부터 예금자보호 한도는 금융회사별 1인당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쳐 1억 원 기준으로 상향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예금보험공사와 금융위원회 안내에서 확인되는 내용입니다. 예전처럼 5천만 원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아직 꽤 많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말은 금융회사별입니다. 같은 은행에 정기예금 8천만 원, 입출금통장 3천만 원, 이자까지 합쳐 1억 원을 넘으면 초과분은 보호 범위 밖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서로 다른 보호 대상 금융회사에 나눠 가입하면 각각의 한도를 따집니다.
저축은행 예금이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금리 차이가 연 0.5%포인트라면 5천만 원 기준 세후 차이는 약 21만 원입니다. 이 정도 차이를 위해 감수할 부분은 재무건전성, 예금자보호 한도, 만기 전 유동성입니다.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지만, 금리 하나만 보고 1억 원을 넘겨 넣는 방식은 권하기 어렵습니다.
5. 자동 재예치와 만기 후 금리를 꼭 확인합니다
정기예금에서 의외로 손해가 나는 지점은 만기 이후입니다. 만기 알림을 놓치면 돈이 자동 재예치되거나, 만기 후 이율이 낮은 상태로 며칠 또는 몇 주 방치됩니다. 특히 만기 후 금리는 약정금리보다 낮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큰돈일수록 손실감이 생깁니다.
1억 원을 연 3.0% 예금에 넣으면 하루 세전 이자는 단순 계산으로 약 8,219원입니다. 세후로는 약 6,954원입니다. 만기 후 한 달을 낮은 금리로 방치하면 커피값 수준이 아니라 가족 식사 한 번 값이 빠질 수 있습니다. 돈이 일을 쉬는 기간을 줄이는 것도 재테크입니다.
- 가입 전: 기본금리, 최고금리, 우대조건을 분리해서 보기
- 가입 중: 만기일을 캘린더에 따로 등록하기
- 만기 전: 같은 기간 재가입이 나은지, 더 짧게 쪼갤지 비교하기
- 큰 금액: 금융회사별 보호 한도를 넘기지 않게 나누기
제가 고객에게 실제로 쓰는 판단 기준
정기예금은 복잡한 투자상품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 냉정하게 숫자로 봐야 합니다. 저는 고객에게 보통 세 가지를 먼저 묻습니다. 이 돈을 언제 쓸 예정인지, 우대조건을 실제로 맞출 수 있는지, 한 금융회사에 너무 많이 몰려 있지는 않은지입니다.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이 항상 좋은 상품은 아닙니다. 내 생활 패턴과 자금 일정에 맞아야 좋은 상품입니다. 특히 정기예금은 0.1%포인트를 더 받는 것보다 중도해지를 피하고, 세후 이자를 계산하고, 만기 관리를 놓치지 않는 쪽에서 실익이 더 크게 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 가족 돈이라면 최고금리 표 맨 위 상품부터 누르기보다, 기본금리와 만기일, 보호 한도부터 먼저 맞춰볼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