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연금 가입 전 확인할 4가지 숫자

상담하다 보면 “연금은 원금이 보장된다던데요”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변액연금에 붙은 ‘최저보증’ 설명을 듣고 오신 경우가 많죠. 그런데 그 보증이 언제, 어떤 금액에 적용되는지에 따라 실제 손익은 크게 달라집니다. 저는 가입 제안서를 받으면 예상 수익률보다 보증 조건과 비용부터 봅니다.
1. 원금 보증은 언제 적용되나
변액연금은 납입 보험료의 일부를 펀드로 운용하는 보험입니다. 펀드 성과에 따라 적립금이 달라지고, 상품에 따라 연금 개시 시점의 적립금을 일정 수준으로 보증하기도 합니다. 생명보험협회 안내에서도 연금 개시 때의 최저보증과 중도 해지환급금은 구분합니다. 최저보증이 아예 없는 유형도 있으니, 상품명에 ‘연금’이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보증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가령 10년 동안 매달 30만 원씩 냈다면 총 납입액은 3,600만 원입니다. 설명서에 ‘납입 보험료 100% 최저보증’이라고 적혀 있어도, 그것이 약정한 연금 개시 시점의 조건이라면 5년째 해지할 때 낸 돈을 모두 돌려준다는 뜻은 아닙니다. 보증 기준이 납입 보험료인지, 적립금인지, 특정 연금 형태를 선택해야 하는지도 약관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연금 개시 뒤 실제로 매달 받을 금액 역시 개시 나이와 지급 기간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2. 수익률보다 먼저 볼 비용 3곳
보험료 30만 원을 냈다고 30만 원 전부가 펀드에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보험 계약을 유지하는 데 드는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등이 차감될 수 있습니다. 펀드에 들어간 뒤에도 운용보수와 최저보증비용이 적립금에서 빠질 수 있죠. 비용 이름과 차감 방식은 상품마다 다릅니다.
- 보험료에서 먼저 빠지는 사업비는 얼마인가
- 적립금에서 계속 빠지는 펀드보수와 보증비용은 얼마인가
- 중도 해지 시점별 예상 환급금은 얼마인가
비용 차이를 감 잡기 위한 단순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1,000만 원을 10년 동안 연 4%로 굴리면 약 1,480만 원입니다. 매년 비용 때문에 실질 운용률이 2.5%로 낮아진다고 가정하면 약 1,280만 원입니다. 차이는 약 200만 원이죠. 실제 변액연금은 보험료를 나눠 내고 비용도 여러 방식으로 차감하므로 이 계산을 예상 환급금으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다만 장기간 반복되는 비용이 왜 중요한지는 보여줍니다.
설계사에게는 높은 수익률을 가정한 표 하나보다, 같은 납입액·같은 연금 개시 나이에서 운용수익률별 예상 적립금과 해지환급금을 나란히 보여 달라고 요청하는 편이 낫습니다. 특히 초기에 그만둘 가능성이 있다면 3년·5년·10년 환급률을 따로 봐야 합니다.
3. 펀드를 바꾸지 않으면 위험도 그대로 남는다
변액연금의 펀드는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 등으로 구성될 수 있습니다. 가입할 때 정한 비중이 은퇴 시점까지 적절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연금 개시까지 20년 남은 사람과 2년 남은 사람은 같은 가격 하락을 겪어도 회복을 기다릴 시간이 다르니까요.
예를 들어 적립금 5,000만 원이 연금 개시 직전 20% 하락하면 평가액은 4,000만 원이 됩니다. 최저보증 조건을 충족한다면 약관에서 정한 보증이 적용될 수 있지만, 그 사이 해지하거나 보증 대상이 아닌 상품을 골랐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반대로 보증이 있다고 해서 높은 주식 비중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늘 유리한 것도 아닙니다. 보증비용까지 내면서 어떤 위험을 감수하는지 함께 봐야 합니다.
펀드 변경 가능 횟수와 수수료, 자동 배분 기능의 조건을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다만 수익률이 떨어질 때마다 갈아타는 식의 대응은 매매 시점만 잘못 잡을 수 있습니다. 저는 연금 개시까지 남은 기간과 필요한 노후 현금흐름을 기준으로 비중을 점검하는 쪽을 권합니다.
4. 연금저축과 같은 세제 혜택으로 보면 곤란하다
변액연금과 변액연금저축은 이름이 비슷해도 세제 취급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일반 변액연금에 가입하면서 연금저축의 세액공제를 당연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계획이 틀어집니다. 보험차익의 비과세 여부도 계약 형태와 유지 기간 등 요건을 따져야 합니다. 세금 혜택을 가입 이유로 들었다면 상품설명서의 정확한 상품 구분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노후자금을 모으는 목적이라면 연금저축, 퇴직연금, 일반 투자계좌도 같은 납입액과 기간으로 비교할 만합니다. 세제 혜택이 필요한지, 원금 변동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중간에 돈을 꺼낼 가능성이 있는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집니다. 변액연금은 오랫동안 유지하며 투자와 연금 수령을 함께 설계하려는 사람에게 검토할 여지가 있습니다. 반면 몇 년 안에 주택자금이나 생활비로 쓸 돈이라면 해지환급금의 불확실성이 부담스럽습니다.
제가 가족의 제안서를 본다면 첫 장의 높은 예상 수익보다 ‘언제 보증되는가’, ‘매년 얼마가 빠지는가’, ‘중간에 나오면 얼마를 받는가’를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그 세 금액이 납득되지 않으면 연금이라는 이름만으로 오래 묶어 둘 이유는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