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대출 계약 전에 확인할 4가지 숫자

얼마 전 상담에서 전세보증금 2억 5천만 원짜리 집을 구한 고객이 “80%까지 대출되니까 2억 원만 준비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대출상품의 최대한도, 소득 심사, 집의 권리관계가 각각 걸렸습니다. 전세자금대출에서 가장 곤란한 순간은 금리가 조금 높게 나오는 때보다 잔금일을 앞두고 예상한 돈이 안 나오는 때입니다.
1. 보증금의 80%와 실제 대출한도는 다릅니다
전세보증금이 2억 5천만 원이면 80%는 2억 원입니다. 이 숫자는 출발점일 뿐입니다. 청년전용 버팀목전세자금의 안내상 최대 대출한도는 1억 5천만 원이며, 보증금의 80% 이내라는 조건도 함께 적용됩니다. 다른 심사에 문제가 없더라도 이 상품으로 2억 원을 빌릴 수는 없습니다. 자기 돈은 적어도 1억 원이 필요하고, 이사비와 중개보수까지 따로 남겨둬야 합니다.
청년전용 버팀목은 현재 주택도시기금 안내 기준으로 만 19~34세, 부부합산 연소득 5천만 원 이하, 순자산 3억 4,500만 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 등이 대상입니다. 안내 금리는 연 2.2~3.3%입니다. 나이만 맞는다고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닙니다. 일반 버팀목이나 신혼부부 전용 상품도 소득·자산·주택 조건이 각각 다르므로, 계약하려는 집을 정하기 전에 본인에게 적용되는 상품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은행 재원 대출도 ‘최대 80%’라는 말만 믿으면 안 됩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일반전세자금보증은 수도권 임차보증금 7억 원, 그 밖의 지역 5억 원 이하 등의 요건을 두고 있습니다. 보증 요건을 충족해도 은행 심사 결과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와 금액이 달라집니다. 상담할 때는 희망 금액이 아니라 해당 주소와 본인 소득을 넣어 계산한 예상 승인 금액을 받아야 합니다.
2. 금리 1%포인트는 월 이자로 바꿔 비교합니다
금리표에서는 0.1%포인트 차이가 작아 보입니다. 대출금 1억 5천만 원을 이자만 내는 방식으로 빌린다고 가정하면 연 3%일 때 월 이자는 약 37만 5천 원, 연 4%일 때는 약 50만 원입니다. 1년 차이는 150만 원입니다. 실제 납부액은 실행일과 이자 계산 방식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계약 전 판단에는 이 정도 계산만 해도 충분합니다.
제가 상담에서 자주 보는 함정은 우대금리가 모두 적용된 숫자만 기억하는 경우입니다. 급여이체, 카드 사용, 자동이체 같은 조건을 채우지 못하면 약정 금리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억 5천만 원 대출에서 우대금리 0.3%포인트를 잃으면 이자 부담은 연간 약 45만 원, 월평균 약 3만 7,500원 늘어납니다. 우대 조건을 유지하려고 필요 없는 카드 실적을 만드는 게 이득인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은행 두 곳을 비교할 때는 같은 대출금액과 기간으로 기본금리, 실제 충족 가능한 우대금리, 보증료, 중도상환수수료를 함께 적어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2년 계약에서 이사나 주택 구입 가능성이 있다면 중간에 갚을 때의 비용도 물어야 합니다. 가장 낮게 표시된 금리보다 내가 계약 기간 동안 실제로 낼 금액이 중요합니다.
3. 대출 승인과 보증금 반환은 별개로 확인합니다
전세자금대출의 보증은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활용하는 보증이고,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계약이 끝난 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위험에 대비하는 보증입니다. 이름이 비슷해 하나로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대출이 나온다는 답을 들었더라도 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가능 여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집값을 2억 2천만 원으로 인정받는 집에 선순위 근저당권이 5천만 원 있고, 내 전세보증금이 1억 5천만 원이라고 해보겠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반환보증 한도 계산에 쓰이는 기본식은 주택가격의 90%에서 선순위채권 등을 빼는 방식입니다. 이 사례는 2억 2천만 원의 90%인 1억 9,800만 원에서 5천만 원을 빼면 1억 4,800만 원입니다. 보증금보다 200만 원 적어 가입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실제 심사에서는 인정 주택가격과 다른 선순위 권리도 확인하므로 숫자만 보고 가입을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계약 전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서 소유자와 근저당권·압류 여부를 확인하고, 다가구주택이라면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도 물어야 합니다. 보증기관이 보는 주택가격이 매물 광고의 ‘시세’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반환보증 가입을 염두에 뒀다면 계약금 지급 전에 해당 주택의 가입 가능성을 확인하고, 대출이나 보증이 불가능할 때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특약은 중개사와 문구를 구체적으로 협의하는 게 좋습니다.
4. 잔금일까지의 현금 흐름을 거꾸로 계산합니다
대출은 보통 잔금일에 실행됩니다. 계약금을 먼저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보증금 2억 5천만 원에 계약금이 5%라면 1,250만 원이 계약 때 필요합니다. 대출 승인 예상액이 1억 5천만 원이면 잔금일에는 대출을 제외한 8,750만 원도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보유 현금 1억 원을 전부 보증금에 넣는 계획이라면 이사비와 생활비가 비게 됩니다.
저는 대출 가능액을 들은 뒤에도 통장에 남을 돈을 다시 계산합니다. 당장 쓸 예비비까지 보증금에 묶어야 하는 집이라면 보증금을 낮추거나, 월세가 일부 있는 집까지 비교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금리가 조금 낮은 상품을 찾는 일보다 잔금일에 모자랄 돈이 없는지, 계약이 끝날 때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