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 전 반드시 계산할 5가지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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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계약 전 반드시 계산할 5가지 숫자

1. 전세가율 80%를 넘으면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얼마 전 상담 온 30대 부부가 있었습니다. 매매가는 4억 원 안팎인데 전세보증금이 3억 6천만 원인 빌라를 계약하려고 하더군요. 겉으로는 신축이고 대출도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숫자로 보면 전세가율이 90%입니다. 집값이 10%만 내려도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기 어려운 구조가 됩니다.

전세에서 제일 먼저 볼 숫자는 금리가 아니라 전세가율입니다. 전세가율은 전세보증금 ÷ 매매가격으로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매매가 5억 원, 전세 3억 5천만 원이면 전세가율은 70%입니다. 같은 3억 5천만 원 전세라도 매매가가 4억 원이면 87.5%가 됩니다. 위험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파트는 실거래가가 비교적 잘 잡히지만, 빌라·오피스텔·다가구는 시세 판단이 어렵습니다. 이때는 집주인 말이나 중개사 설명만 듣지 말고 최근 6개월 실거래가, 인근 유사 매물, 공시가격을 같이 봐야 합니다. 특히 신축 빌라는 분양가와 실제 거래가가 다를 수 있어 보수적으로 잡는 편이 낫습니다.

2. 대출 가능액보다 월 이자 부담을 먼저 봐야 합니다

은행 창구에서 자주 보는 실수가 있습니다. 고객은 “얼마까지 빌릴 수 있나요”를 먼저 묻습니다. 사실 더 중요한 질문은 “매달 얼마를 감당할 수 있나요”입니다. 전세대출은 만기 때 원금을 갚는 구조가 많다 보니 월 이자가 작아 보입니다. 그런데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가도 체감 부담은 꽤 큽니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 3억 원에 80% 대출을 받으면 대출금은 2억 4천만 원입니다. 금리 3.5%면 연 이자는 840만 원, 월 약 70만 원입니다. 금리 4.5%가 되면 연 1,080만 원, 월 90만 원입니다. 같은 집인데 매달 20만 원 차이가 납니다. 2년이면 480만 원입니다.

  • 대출 1억 원당 금리 3.5%: 월 이자 약 29만 원
  • 대출 1억 원당 금리 4.0%: 월 이자 약 33만 원
  • 대출 1억 원당 금리 4.5%: 월 이자 약 37만 원

소득이 일정한 직장인은 월 소득의 20~25% 안에서 주거 이자를 맞추는 게 현실적입니다. 월 실수령 350만 원인 가구가 전세대출 이자로 100만 원을 내면 보험료, 차량비, 육아비가 겹치는 순간 저축이 거의 멈춥니다. 전세는 집을 사는 게 아닌데도 현금흐름을 묶어버릴 수 있습니다.

3. 보증보험은 가입 가능 여부를 계약 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전세보증보험은 사고 난 뒤에 찾는 장치가 아닙니다. 계약 전에 이 집이 보증보험 가입이 되는지 확인하는 안전장치에 가깝습니다. 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집은 대개 이유가 있습니다. 선순위 채권이 많거나, 시세 대비 보증금이 높거나, 권리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많습니다.

2026년 현재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기관별로 한도와 요건이 다릅니다. HUG, HF, SGI가 대표적이고, 수도권·비수도권, 주택 유형, 임대인의 채무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담 현장에서는 “대출은 된다는데 보증보험은 안 된다”는 사례도 봅니다. 이 경우 저는 계약을 다시 보라고 말합니다. 대출 가능은 은행의 판단이고, 보증보험 가능은 보증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별도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특약도 같이 넣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면 “임대인은 잔금일 전까지 선순위 근저당을 말소한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이 불가한 경우 임차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계약금은 즉시 반환한다” 같은 문구입니다. 특약 한 줄이 나중에 수천만 원을 지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4. 등기부등본은 잔금일 아침에 한 번 더 봐야 합니다

계약일에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근저당, 압류, 가압류는 계약일과 잔금일 사이에도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잔금 보내기 직전, 가능하면 당일 아침에 등기부등본을 다시 발급받아야 합니다. 비용은 몇백 원 수준인데, 효과는 큽니다.

등기부에서 특히 볼 곳은 갑구와 을구입니다. 갑구에는 소유권, 압류, 가압류 같은 내용이 나오고 을구에는 근저당권 같은 담보권이 나옵니다. 집주인 이름이 계약서와 같은지, 갑자기 압류가 들어오지 않았는지, 을구의 근저당 금액이 설명과 같은지 확인해야 합니다.

다가구주택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한 건물에 여러 세입자가 있고, 내 보증금보다 먼저 들어온 보증금이 많을 수 있습니다. 등기부만 봐서는 모든 임차보증금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때는 선순위 임차보증금 내역, 확정일자 부여 현황, 임대차 정보 제공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다가구 전세는 같은 1억 5천만 원이라도 아파트 전세보다 권리 분석 난도가 높습니다.

5. 계약금 10%보다 빠른 전입신고와 확정일자가 중요합니다

전세 계약에서 보통 계약금은 보증금의 10%입니다. 3억 원 전세라면 계약금만 3천만 원입니다. 그런데 계약금보다 중요한 절차가 있습니다. 잔금 지급, 전입신고, 확정일자입니다. 이 세 가지가 늦어지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잔금일에 바로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는 방식이 가장 깔끔합니다. 온라인으로도 가능하지만, 전입 세대 구성이나 세대주 변경 문제가 있으면 주민센터에서 처리하는 편이 빠를 때가 있습니다. 특히 기존 주소지에 가족이 남아 있거나, 세대 분리가 필요한 경우는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또 하나 놓치는 게 전세 계약 갱신 시점입니다. 2년 뒤 보증금을 올려 재계약할 때 증액분에 대해서도 확정일자를 다시 받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 보증금 2억 5천만 원에서 3억 원으로 올렸다면, 늘어난 5천만 원도 별도로 보호받을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냥 계약서만 다시 쓰고 끝내면 증액분의 순위가 뒤로 밀릴 수 있습니다.

전세는 싸게 들어가는 계약이 아니라 안전하게 나오는 계약입니다

전세를 고를 때 집 상태, 역세권, 관리비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PB 현장에서 사고 사례를 보면 결국 숫자와 권리관계에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전세가율 80% 이상, 보증보험 불가, 선순위 채권 과다, 잔금일 등기 미확인, 확정일자 지연. 이런 신호가 두세 개 겹치면 집이 마음에 들어도 한 번 멈춰야 합니다.

좋은 전세는 보증금이 낮은 집만 뜻하지 않습니다. 내 소득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있고, 보증보험 가입 가능성이 높고, 등기와 권리관계가 단순하며, 만기 때 보증금을 돌려받을 그림이 보이는 집입니다. 집주인이 “다들 이렇게 계약한다”고 말해도 내 돈 2억, 3억이 들어가는 계약입니다. 남들 기준보다 내 가족 돈을 지키는 기준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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