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통장 만들기 전 따져볼 5가지 숫자

상담할 때 마이너스통장을 만들고도 몇 달 동안 한 번도 쓰지 않은 분을 종종 만납니다. 급할 때 쓸 돈이 있다는 안도감은 있죠. 그런데 곧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할 계획이라면, 쓰지 않은 한도도 대출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 달만 자금이 비는 분에게는 빌린 기간만큼 이자를 내는 방식이 꽤 실용적입니다. 같은 통장인데 누구에게는 편리하고 누구에게는 걸림돌이 됩니다.
1. 이자는 한도가 아니라 실제 사용액으로 계산됩니다
한도 3,000만 원을 열어 두고 잔액이 마이너스로 내려가지 않았다면 사용액에 대한 이자는 없습니다. 1,000만 원을 연 6.5%로 30일 썼다면 단순 계산 이자는 약 5만 3,425원입니다. 계산식은 1,000만 원 × 6.5% × 30일 ÷ 365일입니다. 같은 금액을 1년 내내 쓰면 이자만 약 65만 원입니다.
여기서 볼 숫자는 ‘한 달 이자’보다 ‘얼마나 오래 마이너스 상태였는가’입니다. 월급날 1,000만 원이 들어와 잔액이 0원이 되더라도, 며칠 뒤 다시 1,000만 원을 꺼내 쓰면 그때부터 이자가 쌓입니다. KB국민은행의 안내처럼 마이너스통장 이자는 매일의 사용 잔액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실제 청구액은 잔액이 바뀐 날짜와 약정 금리, 은행의 결산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2. 금리 1%포인트 차이는 사용 기간을 넣어 비교해야 합니다
상담 현장에서 ‘금리가 1%포인트 낮다’는 말만 듣고 계좌를 옮기려는 분이 있습니다. 1,000만 원을 30일 쓴다면 연 6.5%와 5.5%의 이자 차이는 약 8,219원입니다. 180일 쓰면 약 4만 9,315원, 1년이면 10만 원으로 커집니다. 짧게 쓰고 바로 갚을 돈인지, 사실상 계속 빌려 둘 돈인지에 따라 금리 차이의 무게가 달라지는 셈입니다.
제시받은 최저금리도 그대로 믿으면 곤란합니다. 급여 이체나 카드 사용 같은 우대 조건을 채워야 적용되는 금리일 수 있습니다. 약정 전에 기본금리, 우대금리 조건, 조건을 놓쳤을 때의 금리를 따로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우대금리 0.3%포인트를 받으려고 불필요한 카드 지출을 늘린다면 이자 절감보다 지출 증가가 더 클 수 있습니다.
3. 사용하지 않은 3,000만 원도 다음 대출에 걸릴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놀라는 분이 많습니다. 금융위원회의 차주 단위 DSR 안내에 따르면 마이너스통장은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총대출액에 실제 사용액이 아닌 약정 한도로 반영됩니다. 한도 3,000만 원을 만들고 한 푼도 쓰지 않았더라도, 다른 대출을 심사할 때 그 한도가 고려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가령 기존 가계대출이 8,000만 원이고 마이너스통장 한도가 3,000만 원이라면, 두 금액의 합은 1억 1,000만 원입니다. 실제로 마이너스통장에서 돈을 꺼내 쓰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한도 영향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새 대출의 가능 금액을 이 숫자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소득, 기존 대출의 연간 상환액, 대출 종류와 당시 적용 규정을 함께 봐야 합니다. 몇 달 안에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 관련 대출을 신청할 예정이라면 필요한 비상자금 규모만큼 한도를 설정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4. 한도 복구와 빚 상환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마이너스통장은 돈이 들어오면 사용액이 줄고, 다시 꺼내 쓰면 늘어납니다. 그래서 상환 계획 없이도 잔액이 잠깐 0원이 된 것을 보고 ‘다 갚았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한 고객은 매달 급여일에 사용액 700만 원이 사라졌지만, 생활비와 카드값이 빠져나간 뒤에는 다시 700만 원 안팎을 쓰고 있었습니다. 1년이 지나도 빚의 크기는 거의 그대로였죠.
이런 흐름이라면 급여일 잔액 대신 급여일 직전 사용액을 매달 적어 보십시오. 700만 원, 680만 원, 650만 원처럼 줄어야 실제 상환이 진행 중입니다. 6개월째 700만 원 부근이라면 ‘비상시 잠깐 쓰는 돈’이 아니라 장기 대출로 쓰고 있는 셈입니다. 장기간 일정 금액을 빌려야 한다면 일반 신용대출의 금리와 상환 방식을 함께 비교할 이유가 있습니다. 다만 일반 신용대출은 정해진 날짜에 원금을 갚아야 할 수 있으니 월 상환 여력도 같이 계산해야 합니다.
5. 만기일에는 사용액을 갚을 수 있는지도 봐야 합니다
마이너스통장은 한 번 개설하면 같은 조건으로 계속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만기가 있고, 연장 때 소득과 신용 상태 등에 따라 금리나 한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연장이 되지 않거나 한도가 줄면 줄어든 사용액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도 2,000만 원 중 1,800만 원을 쓰던 사람이 갱신 시 한도 1,000만 원을 받는다면, 차액 800만 원을 어떻게 갚을지 생각해 둬야 합니다.
제 가족이라면 생활비가 며칠 비는 정도에는 필요한 만큼의 작은 한도를 검토하겠습니다. 이미 몇 달째 큰 금액을 계속 쓰고 있다면 금리 비교와 별개로 월별 원금 상환액부터 정하겠습니다. 마이너스통장의 편리함은 필요할 때 꺼내 쓰고 여유가 생기면 갚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 여유가 언제, 얼마만큼 생길지 숫자로 적을 수 있어야 편리함도 비용을 감당할 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