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담보대출 전 확인할 5가지 숫자

상담실에서 자동차담보대출 이야기가 나오면 저는 차값보다 먼저 매달 갚을 수 있는 돈을 묻습니다. 차를 계속 운행하면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편리합니다. 그런데 차가 담보로 잡히는 만큼, 대출금만 받고 끝나는 거래는 아닙니다. 금리와 상환 기간, 차량에 설정되는 권리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1. 차 시세와 실제 한도는 다릅니다
중고차 시세가 2,000만 원이라고 해서 2,000만 원을 빌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회사는 차량 연식과 상태, 기존 할부금이나 저당권, 신청자의 신용과 상환 능력을 함께 심사합니다. 광고에 적힌 ‘최대 한도’는 그 상품이 허용하는 상한일 뿐, 내 차의 승인 금액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차량 시세를 2,000만 원으로 보고 기존 자동차 할부 잔액이 800만 원이라면, 시세와 잔액의 차이는 1,200만 원입니다. 이것도 대출 가능액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기존 저당권의 채권최고액과 금융회사의 담보 평가 기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이미 할부가 있다면 자동차등록원부에서 저당권 설정 내역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정부24에서 자동차등록원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품별 문턱도 다릅니다. KB캐피탈의 자동차담보대출 ‘내차로’ 공개 안내에는 대상 차량을 연식 13년 이내, 시세 500만 원 이상으로 적고 있습니다. 다른 금융회사가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래된 차나 시세가 낮은 차라면 한도 조회 전에 대상 차량 조건부터 확인해야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2. 최저금리 대신 내게 적용된 금리를 봅니다
같은 안내에 표시된 금리 범위는 연 6.8~19.9%입니다. 폭이 큰 이유는 개인의 신용평점 등에 따라 금리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최저 연 6.8%’라는 문구를 보고 상환 계획을 세우면 실제 심사 결과가 나왔을 때 계산이 크게 어긋날 수 있습니다. 한도 조회 뒤 제시된 금리와 상환 방식으로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차이를 숫자로 보겠습니다. 1,000만 원을 36개월 원리금균등분할상환으로 빌린다고 가정하면, 연 8%에서는 월 약 31만 3천 원을 내고 총이자는 약 128만 원입니다. 연 12%라면 월 약 33만 2천 원, 총이자는 약 196만 원으로 늘어납니다. 금리 4%포인트 차이가 매달 약 1만 9천 원, 전체 이자로는 약 68만 원 차이를 만듭니다. 원 단위 반올림에 따른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신용대출과 자동차담보대출 중 어느 쪽 금리가 낮을지도 미리 단정할 수 없습니다. 신용대출에서 연 7%, 자동차담보대출에서 연 11%를 제시받았다면 담보를 제공할 이유가 약합니다. 두 상품의 실제 승인 금리와 필요한 금액을 같은 상환 기간에 놓고 비교해야 합니다.
3. 월 납입액이 낮아져도 총이자는 늘 수 있습니다
상담하다 보면 월 납입액을 줄이기 위해 기간을 길게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1,000만 원, 연 8% 조건을 60개월로 늘리면 월 납입액은 약 20만 3천 원으로 내려갑니다. 대신 총이자는 약 217만 원으로, 36개월의 약 128만 원보다 약 89만 원 많아집니다. 월 11만 원가량을 덜 내는 대신 이자를 더 오래 부담하는 셈입니다.
거치 기간이 있는 상품도 비슷하게 봐야 합니다. 처음에는 이자만 내므로 부담이 작아 보이지만, 거치가 끝난 뒤 남은 기간에 원금을 갚아야 합니다. 계약서의 첫 달 납입액만 보지 말고 거치 종료 후 납입액과 만기까지의 총이자를 받아 보세요. 급여나 사업 소득에서 생활비와 기존 대출 상환액을 뺀 뒤에도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인지가 중요합니다.
4. 일찍 갚을 계획이라면 수수료를 계산합니다
몇 달만 쓰고 갚을 생각이라면 중도상환수수료가 금리만큼 중요합니다. KB캐피탈 ‘내차로’ 안내의 중도상환수수료율은 상환 시점에 따라 0~2%입니다. 실제 수수료는 약정된 산식과 남은 원금, 상환 시점에 따라 달라지므로 ‘최대 2%’를 언제나 내는 것도, 언제나 면제되는 것도 아닙니다.
가령 1,000만 원을 조기 상환할 때 적용 수수료가 원금의 2%라면 수수료만 20만 원입니다. 6개월 뒤 목돈이 들어올 예정이라면 예상 이자와 중도상환수수료를 합쳐 비교해야 합니다. 단기간 사용할 돈이라면 수수료가 없는 신용대출이나 이미 마련한 비상자금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비상자금을 모두 소진하면 다음 지출에 대응하기 어려우니 필요한 생활비는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5. 차량을 팔 때 필요한 비용도 확인합니다
자동차담보대출은 보통 차량에 근저당권을 설정합니다. 차를 계속 운행할 수 있더라도, 나중에 매각하거나 다른 금융회사로 대출을 옮길 때는 기존 대출 상환과 저당권 해지 절차가 걸립니다. KB캐피탈의 공개 안내에는 근저당 설정비용은 회사가, 해지비용은 고객이 부담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계약마다 비용 부담이 같지는 않으니 약정서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인지세도 대출금액에 따라 달라집니다. 위 상품 안내는 5,000만 원 이하 대출의 인지세를 비과세로, 과세 대상이면 채무자와 금융회사가 절반씩 부담하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5,000만 원을 넘는 금액을 빌릴 때는 실행 전에 본인 부담액을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별도 중개수수료를 먼저 보내라고 요구하는 연락도 주의해야 합니다. 해당 상품의 공식 안내에는 고객에게 별도의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받을 수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제가 가족의 대출을 함께 본다면 먼저 필요한 금액을 줄이고, 신용대출과 자동차담보대출의 실제 승인 조건을 나란히 놓겠습니다. 그다음 월 납입액, 총이자, 조기 상환 비용을 계산하겠습니다. 차가 생계에 꼭 필요하다면 더 신중해야 합니다. 상환이 밀렸을 때 담보 차량까지 위험해지는 거래이기 때문입니다. 승인 한도가 넉넉하다는 말보다, 끝까지 무리 없이 갚을 수 있다는 계산이 더 믿을 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