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카드 고를 때 따질 4가지 숫자

상담하다 보면 연회비 6만 원짜리 마일리지카드를 쓰면서도, 지난 1년간 몇 마일을 모았는지 모르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항공권을 살 때는 카드가 주는 혜택보다 특가 운임을 먼저 찾고요. 그럴 때 저는 적립률보다 먼저 카드값과 실제 여행 계획을 같이 봅니다.
1. 한 달에 적립되는 금액은 얼마인가
‘1,000원당 1마일’이라는 문구를 월 카드값 전체에 곱하면 계산이 쉬워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적립액은 카드 사용액 중 적립 대상인 금액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세금, 관리비, 상품권 구매, 무이자할부 같은 항목은 카드마다 실적이나 적립에서 빠지는 방식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매달 120만 원을 쓰더라도 적립 대상이 90만 원이면, 1,000원당 1마일 기준 월 900마일입니다. 1년이면 1만 800마일이죠. 120만 원 전부를 적립 대상으로 잡은 1만 4,400마일과는 3,600마일 차이가 납니다.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부터 카드 상품설명서의 ‘적립 제외’ 항목에 대입해 보면 예상치가 훨씬 현실에 가까워집니다.
결제 건별로 1,000원 미만을 버리고 계산하는 카드라면 작은 결제가 많은 사람은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 9,900원을 100번 결제했을 때 건별 계산이면 900마일이고, 총액 99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990마일입니다. 이 계산은 적립 단위에 따른 예시입니다. 본인이 보는 카드가 건별로 계산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2. 연회비를 넘기려면 1마일을 얼마에 써야 하나
비교 대상을 정해야 마일리지의 값도 보입니다. 월 120만 원이 모두 적립된다고 가정하면 1년에 1만 4,400마일입니다. 연회비가 6만 원인 카드와 연회비 부담이 없는 1% 현금성 혜택 카드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현금성 혜택은 연 14만 4,000원입니다. 마일리지카드는 연회비까지 감안하면 적립 마일리지로 20만 4,000원 이상의 가치를 얻어야 유리합니다. 1마일당 약 14.2원입니다.
이 숫자는 모든 마일리지카드에 적용되는 시세가 아닙니다. 두 카드에 같은 금액을 쓰고, 추가 혜택은 빼고 계산한 손익 기준입니다. 실제 적립액이 1만 800마일로 줄면 필요한 가치는 1마일당 약 18.9원으로 올라갑니다. 연회비가 높을수록, 적립 제외 금액이 많을수록 문턱이 높아지는 셈입니다.
현대카드가 안내하는 대한항공카드 060을 보면 연회비는 6만 원이고, 국내 가맹점 1,000원당 1마일 적립에는 전월 이용금액 50만 원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습니다. 연간 보너스 1,000마일과 직판 국제선 항공권 5만 원 할인 쿠폰도 있지만 각각 이용 조건과 사용처를 따져야 합니다. 특히 쿠폰을 쓸 항공권을 살 계획이 없다면 5만 원을 현금처럼 계산하면 안 됩니다. 특정 상품을 권하기 위한 예가 아니라, 카드 혜택을 숫자로 읽는 방법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3. 항공권을 살 때 1마일의 실제 값은 얼마인가
마일리지 가치는 발권 순간에 계산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일정의 현금 항공권 가격에서 보너스 항공권에 따로 내는 세금과 유류할증료를 뺀 뒤, 필요한 마일리지로 나눕니다. 대한항공도 보너스 항공권 발권 시 세금, 유류할증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가령 현금 항공권이 30만 원이고 보너스 항공권은 1만 5,000마일에 추가 부담금 5만 원이라면, 1마일의 가치는 약 16.7원입니다. 앞의 14.2원 기준을 넘습니다. 그런데 같은 일정에 현금 특가 23만 원이 있다면 가치는 12원으로 내려갑니다. 마일리지가 생겼다는 이유로 원래 사지 않았을 비싼 시간대의 항공권을 고르면 체감 가치는 더 낮습니다.
좌석도 변수입니다. 여행 날짜가 정해져 있다면 그날 보너스 좌석을 구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마일리지를 많이 모아도 원하는 날짜에 쓰지 못하면 계산한 가치를 실현할 수 없습니다. 가족 여행처럼 여러 좌석이 필요한 경우에는 한 사람의 항공권만 비교할 때보다 이 조건이 더 중요해집니다.
4. 실적을 채우려고 지출을 늘리고 있나
마일리지카드 때문에 매달 50만 원 실적을 억지로 채운다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원래 쓰지 않을 10만 원을 더 결제해 100마일을 받는 건 이득이 아닙니다. 연회비를 아끼려다가 할부 이자나 카드대금 연체가 생기면 마일리지의 가치는 그 비용을 메우기 어렵습니다.
저라면 발급 전에 최근 3개월 명세서를 펴놓고 적립 대상 금액, 전월 실적 충족 여부, 실제 항공권 사용 계획을 적어봅니다. 출장이나 정기적인 해외여행으로 쓸 날짜와 노선이 뚜렷한 분에게는 마일리지카드가 맞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여행 일정이 드물거나 특가 항공권을 주로 사는 분이라면 현금성 혜택이 쓰기 편하고 손익도 분명할 때가 많습니다. 카드 선택은 많이 모을 수 있는 마일보다, 내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마일에서 갈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