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납연금보험 가입 전 따져볼 5가지 숫자

상담실에서 목돈을 들고 오신 분들은 종종 “한 번에 넣으면 매달 얼마를 받을 수 있나요?”부터 묻습니다. 그런데 같은 1억원을 넣어도 언제 받기 시작하는지, 몇 년 동안 받는지, 중간에 해지할 수 있는지에 따라 쓸 수 있는 돈이 달라집니다. 일시납연금보험은 목돈을 보험료로 한 번에 납입하고 나중에 연금으로 받는 상품입니다. 매달 얼마를 준다는 말만 듣고 가입하기에는 확인할 숫자가 꽤 많습니다.
1. 월 수령액보다 먼저 연금 개시일을 보세요
58세에 퇴직금 일부를 넣고 68세부터 받는 계약이라면, 그 사이 10년의 생활비는 다른 돈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반대로 가입 직후 받는 즉시연금 형태라면 노후 현금흐름은 빨리 생기지만, 목돈을 불릴 시간은 짧습니다. 연금 개시 시점을 정할 때는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의 소득 공백과 의료비·주거비로 남겨둘 현금을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연금 재원 7천만원을 이자와 비용을 모두 빼고 단순히 20년으로 나누면 한 달 약 29만원입니다. 이 숫자는 실제 보험금이 아닙니다. 다만 “7천만원이면 매달 100만원은 나오겠지”라는 기대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실제 수령액은 나이, 연금 종류, 사업비, 적용 이율에 따라 보험사 제안서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2. 공시이율과 실제 수익률은 다릅니다
공시이율은 보험사가 보험 적립금에 적용하는 이율입니다. 납입한 1억원 전체에 그 이율이 처음부터 그대로 붙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보험료에서 사업비 등이 차감되는 상품이라면 적립에 들어가는 금액이 달라지고, 변동형 상품의 공시이율은 이후 바뀔 수도 있습니다. 최저보증이율이 있다면 그 수준과 적용 범위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차이를 감 잡기 위해 비용을 제외한 단순 복리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5천만원이 연 3%로 10년간 불어나면 약 6,720만원, 연 2%라면 약 6,095만원입니다. 약 625만원 차이입니다. 이것을 특정 보험의 예상 수익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가입 제안서에서는 현재 공시이율을 적용한 연금액과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한 연금액을 나란히 받아보는 게 실속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1년·3년·5년 시점의 해지환급금도 함께 보세요.
3. 비과세는 10년과 1억원만 외우면 틀릴 수 있습니다
일시납연금보험을 권할 때 자주 나오는 말이 비과세입니다. 소득세법 시행령상 2017년 4월 1일 이후 체결한 일반 저축성보험은 일정 요건을 갖추면 보험차익에 대한 과세가 제외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준은 계약자 한 사람의 해당 저축성보험 납입보험료 합계 1억원 이하와 최초 납입일부터 10년 이상 유지입니다. 1억원은 보험사별 한도가 아닙니다. 이미 다른 보험사에 가입한 해당 계약도 합산해서 봐야 합니다.
그런데 10년만 채우면 어떤 방식으로 받든 비과세라는 설명은 불완전합니다. 최초 납입일부터 10년이 지나기 전에 납입보험료를 확정된 기간에 걸쳐 연금으로 나눠 받는 경우는 위 요건에서 제외됩니다. 별도로, 법에서 정한 종신형 연금보험은 55세 이후 사망 때까지 연금으로 받고 연금 개시 후 중도해지가 제한되는 등 여러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세제 적용은 계약 형태와 실제 수령 방식에 따라 달라지므로, 가입 전에 보험사에 해당 계약의 과세 근거를 서면으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연금보험과 연금저축보험의 세금 처리도 다릅니다. 일반적인 일시납연금보험에 목돈을 넣는다고 납입액에 대한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세액공제를 원하는지, 나중에 보험차익의 과세 요건을 관리하려는지부터 구분해야 상품 비교가 쉬워집니다.
4. 종신형과 확정기간형은 같은 월액으로 비교하지 마세요
종신형은 오래 살수록 연금을 오래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신 연금 개시 후 해지가 어려운 계약이 있고, 일찍 사망하면 유족이 받을 금액은 보증기간과 약관에 따라 달라집니다. 확정기간형은 정해진 기간에 걸쳐 받으므로 생활비 계획을 세우기 쉽지만, 그 기간이 끝나면 지급도 끝납니다.
제안서에 적힌 월 40만원을 보면 연 480만원, 20년이면 단순 합계 9,600만원입니다. 하지만 그 20년을 모두 받는 계약인지, 사망 시 남은 기간의 연금이 유족에게 지급되는지, 연금액이 이율에 따라 변하는지를 모르면 9,600만원이라는 계산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저는 두 방식의 월액뿐 아니라 75세·85세·95세까지 생존했을 때의 누적 수령액과 사망 시 지급 조건을 함께 적어 비교합니다.
5. 해지할 가능성이 있다면 목돈 전부를 넣지 마세요
일시납은 목돈이 한 번에 묶입니다. 가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집 수리비나 가족 의료비가 필요해 해지하면, 해지환급금이 납입보험료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부분 인출이 가능하더라도 횟수와 한도, 인출 뒤 연금액 변화는 계약마다 다릅니다. ‘필요하면 꺼내 쓰면 된다’는 말은 약관의 숫자로 확인해야 합니다.
가령 1억원 중 3천만원을 3년 안에 쓸 가능성이 있다면, 우선 그 돈을 생활비와 비상자금으로 따로 두고 나머지 7천만원만 연금 재원으로 검토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5년 안에 큰 지출이 예정돼 있다면 만기가 짧은 예금이나 현금성 자산과도 비교할 만합니다. 특히 대출 이자가 부담되는 가정이라면 연금 예상 수익보다 대출 상환으로 줄어드는 확정 비용을 먼저 계산해 봐야 합니다.
제 가족이 가입을 고민한다면 저는 월 연금액보다 먼저 세 가지 서류를 펼쳐볼 겁니다. 해마다 받을 예상액, 연도별 해지환급금, 비과세 적용 조건입니다. 그 숫자를 보고도 10년 이상 쓰지 않을 돈이 분명하고 오래 받을 생활비가 필요하다면, 일시납연금보험은 그때 비로소 검토할 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