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가입 전 따져볼 숫자 5가지

얼마 전 상담에서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0.4%포인트 더 높은 곳을 찾았다는 분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여섯 달 뒤 전세 보증금 잔금을 치러야 했습니다. 만기까지 둘 수 없는 돈이라면 높은 금리보다 중도해지 조건이 먼저입니다. 정기예금은 광고에 적힌 최고 금리만 보고 고르면 실제 손에 쥐는 이자가 예상과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최고 금리보다 내가 받을 금리
상품 화면의 ‘최고 연 3.4%’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금리는 아닙니다. 기본금리 연 3.0%에 급여이체, 카드 사용, 신규 고객 같은 조건을 채워야 우대금리 0.4%포인트가 붙는 식입니다. 가입할 때 이미 충족한 조건인지, 만기까지 유지해야 하는 조건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원금 3,000만원을 1년간 맡기는 단리 예금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연 3.0%면 세전 이자는 90만원, 연 3.4%면 102만원입니다. 차이는 12만원이죠. 일반적인 이자소득 원천징수 15.4%를 적용하면 세후 차이는 10만1,520원입니다. 이 계산은 설명을 위한 예시이며 실제 금리나 지급액은 상품의 이자 계산 방식과 가입일에 따라 달라집니다.
추가 카드 사용 실적을 맞추려고 계획에 없던 지출을 늘린다면 그 10만원 남짓한 차이는 금세 사라집니다. 우대조건 때문에 비용이나 수고가 얼마나 드는지도 함께 적어두는 편이 정확합니다. 금리는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품 한눈에에서 비교하되, 가입 직전에는 해당 금융회사의 상품설명서로 적용 조건을 다시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2. 만기까지 묶어둘 수 있는 기간
정기예금 상담에서 제가 먼저 묻는 건 금리가 아니라 돈을 쓸 날짜입니다. 1년 안에 이사비나 학자금으로 써야 할 돈을 12개월 만기로 묶으면, 중간에 해지할 때 약정한 만기 금리를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중도해지이율은 상품과 해지 시점에 따라 다르므로 가입 화면의 작은 글씨까지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3,000만원을 연 3.4%의 12개월 예금에 넣었다가 6개월 뒤 해지하고, 해당 상품의 중도해지이율이 그 기간에 연 0.5%라고 가정해 보죠. 단순 계산한 세전 이자는 약 7만5,000원입니다. 애초에 연 3.0%의 6개월 예금으로 만기를 맞췄다면 같은 방식의 세전 이자는 약 45만원입니다. 연이율 숫자만 보고 선택했을 때보다 37만5,000원 차이가 납니다. 이율과 계산 방식은 예시이니 실제 상품 약관을 대입해야 합니다.
쓸 시점이 불확실한 돈은 전부 장기 예금에 넣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생활비와 비상자금을 따로 두고, 나머지도 필요한 날짜에 맞춰 3개월·6개월·12개월로 나누면 중도해지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기간별 금리는 서로 다르니 각 만기의 세후 이자를 비교해야 합니다.
3. 세전 이자와 통장에 찍히는 금액
‘1년에 이자 100만원’이라는 말은 대개 세전 금액입니다. 일반적인 개인의 예금 이자에는 이자소득세 14%와 그 세액의 10%인 지방소득세가 붙어 합계 15.4%가 원천징수됩니다. 세전 이자 100만원이라면 단순 계산한 세후 이자는 84만6,000원입니다. 국세청의 원천징수 기준을 바탕으로 한 계산이며 비과세·세금우대 적용 여부나 개인의 과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금리 비교도 같은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3,000만원을 1년 맡길 때 연 3.4% 상품의 세후 이자는 약 86만2,920원, 연 3.0% 상품은 약 76만1,400원입니다. 두 상품의 예치 기간, 이자 지급 방식, 우대조건이 같을 때만 이 숫자를 그대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만기 후 자동 재예치 조건까지 다르면 다음 1년의 금리는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4. 예금자보호 한도에 이자도 포함
2025년 9월부터 예금보호 한도는 금융기관별 1인당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쳐 1억원입니다. 금융위원회 안내처럼 같은 은행에 계좌를 여러 개 만들어도 보호 한도가 계좌마다 새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서로 다른 금융기관에 맡긴 보호 대상 예금은 각각 한도를 적용받습니다.
가령 한 은행에 원금 9,800만원을 연 3.0%로 1년 맡기면 약정상 세전 이자는 294만원, 원리금은 1억94만원입니다. 전액이 1억원 안에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보호 대상 이자는 약정금리와 예금보험공사가 정하는 이율 가운데 낮은 이율로 계산될 수 있으므로, ‘원금 1억원까지 안전하다’고 이해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이미 같은 금융기관에 넣어둔 보통예금이나 적금까지 합산해 여유를 계산해야 합니다.
저축은행 예금도 보호 대상 상품이라면 제도상 한도가 적용됩니다. 다만 이름이 예금처럼 보여도 모든 금융상품이 보호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입 전에 예금자보호 표시와 상품설명서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5. 만기 뒤 돈이 머무는 자리
만기일을 놓치면 그날부터도 가입 당시의 높은 약정금리가 계속 붙는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습니다. 실제 만기 후 이율은 상품별로 따로 정해져 있고, 자동 재예치 여부와 적용 금리도 금융회사마다 다릅니다. 가입할 때 만기일과 만기 후 이율, 원리금이 들어갈 계좌를 함께 확인해 두면 이자 공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제가 가족의 예금을 고른다면 먼저 돈을 쓸 날짜를 적고, 그 기간에 확실히 받을 수 있는 금리로 세후 이자를 계산하겠습니다. 그다음 중도해지이율과 같은 금융기관에 쌓인 원리금을 확인하겠죠. 정기예금은 몇 번의 숫자 확인만으로도 광고 문구와 실제 수익 사이의 거리를 꽤 줄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