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전세대출 계약 전 따질 5가지 숫자

상담하다 보면 아파트 전세보증금의 80%까지 대출된다는 말을 듣고 계약금부터 보내는 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잔금일에 필요한 돈은 광고 속 최대 한도가 아니라 본인에게 실제로 승인된 금액입니다. 보증금 3억원짜리 집을 예로 들어, 계약 전에 계산할 숫자 다섯 가지를 짚어보겠습니다.
1. 보증금의 80%와 실제 대출 한도는 다릅니다
3억원의 80%는 2억4천만원입니다. 하지만 이 숫자가 곧 승인액은 아닙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일반전세자금보증은 보증금 비율, 상품별 한도, 소득과 기존 부채를 반영한 상환능력별 한도 중 작은 금액을 기준으로 봅니다. 수도권이나 규제지역에는 산출 결과를 줄여 적용하는 조건도 있습니다. 보증 심사를 통과해도 은행의 대출 심사가 남습니다.
가령 필요한 대출이 2억원이라면 본인 돈은 최소 1억원입니다. 계약금으로 보증금의 5%인 1천500만원을 냈다면 잔금일에는 자기자금 8천500만원이 더 필요합니다. 이사비와 중개보수까지 생각하면 통장에 딱 1억원만 있는 상태는 빠듯합니다.
은행에는 물건 주소, 보증금, 소득자료와 기존 대출을 제시하고 예상 대출액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상담 단계의 예상액과 최종 승인액은 다를 수 있으니, 잔금 계획에도 여유를 두어야 합니다.
2. 금리 0.5%포인트 차이는 2년간 200만원입니다
2억원을 빌려 원금은 만기에 갚고 매달 이자만 낸다고 가정해보죠. 연 4.0%라면 월 이자는 약 66만7천원, 연 4.5%라면 75만원입니다. 차이는 한 달 약 8만3천원, 2년이면 약 200만원입니다. 금리표에서 작은 차이로 보이던 숫자가 생활비에서는 제법 큽니다.
다만 제시 금리만 비교하면 놓치는 돈이 있습니다. 우대금리를 받기 위한 급여이체나 카드 사용 조건을 계속 지킬 수 있는지, 금리가 언제 바뀌는지, 보증료와 중도상환수수료는 얼마인지 함께 물어야 합니다. 우대조건을 못 지키면 실제 부담은 처음 들은 금리보다 커질 수 있습니다.
은행 두세 곳에서 같은 대출액과 기간으로 견적을 받아 월 이자와 별도 비용을 나란히 적어보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금리 0.1%포인트는 2억원 기준 연 20만원입니다. 그보다 큰 부대비용이 붙는지도 같이 봐야 합니다.
3. 대출 보증과 보증금 반환 보증은 역할이 다릅니다
대출에 보증서가 붙었다고 해서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내 돈까지 자동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세자금보증은 은행의 대출 취급을 돕는 보증입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계약이 끝난 뒤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을 보호하는 상품입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도 전세자금보증 이용자에게 반환보증을 별도로 안내합니다. 두 보증의 가입 여부와 보증금액을 각각 확인해야 합니다.
집의 가격과 선순위 채권도 숫자로 보겠습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일반전세지킴보증은 주택가격의 90%에서 선순위 채권을 뺀 금액을 보증한도 산정에 사용합니다. 주택가격을 4억원으로 인정받고 선순위 채권이 5천만원이라면 계산상 3억1천만원입니다. 보증금 3억원은 이 범위에 들어오지만, 인정 주택가격이 3억8천만원이면 계산상 한도는 2억9천200만원으로 줄어듭니다. 같은 집이라도 가격을 얼마로 인정받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셈입니다. 실제 가입에는 다른 요건도 적용되므로 계약 전 보증기관의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4. 정책대출은 금리와 함께 한도를 봐야 합니다
주택도시기금의 일반 버팀목전세자금은 안내상 부부합산 연소득 5천만원 이하, 순자산 3억4천5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가 기본 대상입니다. 안내 금리는 연 2.5~3.5%, 대출한도는 수도권 1억2천만원, 수도권 외 8천만원 이내입니다. 세부 자격과 적용 금리는 신청 시점에 확인해야 합니다.
앞의 3억원 전세에서 2억원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일반 버팀목의 수도권 한도만으로는 8천만원이 모자랍니다. 금리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이 집에 맞는 대출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청년이나 신혼부부 전용 상품은 자격과 한도가 다르니 해당된다면 따로 비교할 만합니다. 부족분을 신용대출로 메우려면 그 금리와 월 상환액까지 합쳐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5. 계약금 1천500만원을 지킬 문구가 필요합니다
대출 가능액을 확인했더라도 집이나 임대인에 대한 심사에서 막힐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는 필요한 금액의 전세대출이 승인되지 않거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이 불가능할 때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돌려받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협의해 적어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대출 불가 시 반환’처럼 짧게 쓰기보다 필요한 대출액, 확인 기한, 반환 범위를 분명히 하는 쪽이 분쟁을 줄입니다. 임대인과 중개인이 그 문구에 동의하는지도 계약 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의 소유자와 선순위 근저당을 계약 전 확인하고, 잔금 직전에도 다시 봅니다. 잔금을 치른 뒤에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도 챙겨야 합니다. 제 가족이 3억원 전세를 구한다면 먼저 ‘2억원이 실제로 나오는가’, 다음으로 ‘3억원을 돌려받을 안전장치가 있는가’를 확인하겠습니다. 두 숫자가 맞지 않으면 금리가 조금 싼 집보다 보증금과 필요한 대출액을 낮춘 집이 마음 편한 선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