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종류 5가지, 국민연금부터 IRP까지 헷갈리지 않는 기준

얼마 전 상담에서 40대 직장인 고객이 본인 연금이 세 개인 줄 알았는데, 계좌를 열어 보니 국민연금, 회사 퇴직연금, 연금저축펀드, 예전 보험사 연금보험까지 총 네 갈래였습니다. 문제는 개수가 아니었습니다. 어떤 돈은 세액공제를 받았고, 어떤 돈은 중도해지하면 세금이 컸고, 어떤 돈은 회사가 책임지는 구조였습니다. 연금종류는 이름보다 돈이 어디서 나오고, 누가 운용 책임을 지고, 언제 세금이 붙는지로 봐야 손해가 줄어듭니다.
1. 연금종류는 5갈래로 나누면 편합니다
현장에서 설명할 때 저는 연금을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눕니다.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입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성격은 꽤 다릅니다.
- 국민연금: 소득이 있을 때 보험료를 내고 노후에 받는 공적연금
- 기초연금: 만 65세 이상 중 소득인정액 기준을 충족할 때 받는 복지 성격의 연금
- 퇴직연금: 회사 퇴직금을 DB형, DC형, IRP 등으로 쌓아 두는 제도
- 개인연금: 연금저축, IRP 추가납입, 연금보험처럼 개인이 따로 준비하는 연금
- 주택연금: 집을 담보로 맡기고 거주하면서 매달 받는 연금
이렇게 나누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은 국가 제도이고, 퇴직연금은 직장 생활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개인연금은 절세와 투자 선택이 중요하고, 주택연금은 부동산을 현금흐름으로 바꾸는 방식입니다.
2.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은 같은 공적연금이 아닙니다
국민연금은 내가 낸 보험료와 가입기간이 중요합니다. 2026년 기준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5%이고, 직장가입자는 근로자 4.75%, 회사 4.75%로 나눠 냅니다. 2025년까지 9%였던 보험료율은 2026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올라 2033년 13%까지 가는 구조입니다.
월급 300만 원 직장인이라면 2026년 본인 부담은 약 14만2,500원입니다. 지역가입자는 같은 기준이면 전액을 본인이 내므로 약 28만5,000원이 됩니다. 상담할 때 자영업자분들이 국민연금을 더 무겁게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기초연금은 다릅니다. 보험료를 많이 냈다고 많이 받는 구조가 아니라, 만 65세 이상이고 소득인정액이 기준 이하인지 봅니다. 2026년 선정기준액은 단독가구 월 247만 원, 부부가구 월 395만2,000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소득인정액은 월급이나 연금만 보는 게 아니라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까지 포함합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집 한 채 있고 현금소득은 적어도 기초연금 대상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월 소득이 조금 있어도 재산과 부채 구조에 따라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늘면 기초연금이 일부 줄어드는 경우도 있어, 두 제도는 따로가 아니라 같이 봐야 합니다.
3. 퇴직연금은 DB형, DC형, IRP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퇴직연금에서 가장 많이 헷갈리는 부분은 DB형과 DC형입니다. DB형은 퇴직할 때 받을 금액이 비교적 정해져 있고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집니다. 보통 퇴직 직전 평균임금과 근속연수가 중요합니다. 임금이 꾸준히 오르고, 투자에 신경 쓰기 어렵다면 DB형이 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DC형은 회사가 매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내 계좌에 넣고, 운용 결과는 내가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같은 연봉 6,000만 원이면 회사가 연 500만 원 이상을 넣는 구조라고 보면 됩니다. 이 돈을 예금에 둘지, 펀드나 ETF로 굴릴지는 본인 선택입니다. 수익이 좋으면 더 받을 수 있지만, 손실도 내 몫입니다.
IRP는 개인형퇴직연금입니다. 퇴직금을 받는 통로이면서, 개인이 추가 납입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계좌이기도 합니다. 다만 IRP는 중도인출 사유가 제한적입니다. 집 계약, 자녀 학비, 사업자금처럼 목돈이 자주 필요한 분은 세액공제만 보고 무리하게 넣으면 나중에 답답해질 수 있습니다.
4. 연금저축과 개인연금보험은 세금 구조가 다릅니다
개인연금에서 가장 많이 비교하는 것이 연금저축과 IRP입니다. 국세청 안내 기준으로 연금저축은 연 600만 원까지, 연금저축과 퇴직연금계좌를 합치면 연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이 됩니다. 총급여 5,500만 원 이하라면 지방소득세 포함 16.5%, 초과라면 13.2%를 적용해 계산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총급여 5,000만 원 직장인이 연금저축 600만 원과 IRP 300만 원, 합계 900만 원을 채우면 최대 148만5,000원까지 세액공제 효과가 납니다. 총급여가 5,500만 원을 넘으면 같은 900만 원이라도 최대 118만8,000원 수준입니다. 단, 실제 환급액은 이미 낸 세금과 다른 공제 항목에 따라 달라집니다.
연금저축은 비교적 상품 선택과 이전이 자유롭고,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원금은 인출 여지가 있습니다. 반면 IRP는 세액공제 한도를 채우기 좋지만 중도인출 제한이 큽니다. 30대 맞벌이 부부에게 제가 자주 권하는 순서는 비상금 6개월치, 주택자금 계획, 그다음 연금저축과 IRP입니다. 절세가 좋아도 당장 깨야 할 돈이면 좋은 연금이 아닙니다.
연금보험은 또 다릅니다. 세액공제를 받는 연금저축보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보험사에서 말하는 비과세 연금보험은 납입할 때 세액공제는 없고 일정 요건을 맞추면 보험차익 비과세를 기대하는 상품입니다. 여기서는 사업비, 해지환급률, 최저보증이율, 실제 연금개시 시점의 예상액을 봐야 합니다. 이름에 연금이 붙었다고 모두 같은 절세 상품은 아닙니다.
5. 주택연금은 집을 현금흐름으로 바꾸는 선택입니다
주택연금은 국민연금이나 IRP처럼 적립식으로 쌓는 상품이 아닙니다. 부부 중 한 명이 55세 이상이고, 부부 기준 공시가격 등이 12억 원 이하인 주택을 보유한 경우 검토할 수 있습니다. 가입 후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하면서 매달 연금을 받는 구조입니다.
주택연금 월지급금은 주택가격과 가입연령에 따라 달라집니다. 같은 집이라도 55세에 가입하면 오래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월지급금이 낮고, 70세에 가입하면 상대적으로 높아집니다. 그래서 은퇴 직후 소득 공백을 메울 것인지, 70대 이후 의료비와 생활비 방어용으로 남겨둘 것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다만 집을 자녀에게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가정에서는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숫자로 먼저 보여드립니다. 국민연금 예상액, 퇴직연금 잔액, 개인연금 월수령액, 월 생활비 부족분을 적어 보면 주택연금이 필요한 선택인지 아닌지 꽤 선명해집니다.
연금종류 선택 전에 3가지만 먼저 계산하면 됩니다
첫째, 은퇴 후 최소 생활비를 월 단위로 적어야 합니다. 부부 기준으로 월 300만 원이 필요하다면 국민연금 160만 원, 퇴직연금 60만 원, 개인연금 40만 원처럼 빈칸을 채우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둘째, 언제부터 받을 돈인지 나눠야 합니다. 국민연금은 출생연도에 따라 수급개시연령이 다르고, 연금저축과 IRP는 보통 만 55세 이후 연금수령 요건을 맞춰야 낮은 세율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55세부터 65세 사이의 10년 공백이 있는 분은 연금액보다 현금흐름 순서가 더 중요합니다.
셋째, 중도해지 가능성을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세액공제를 받은 연금계좌를 연금 외 방식으로 꺼내면 기타소득세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가장 아까운 경우가 3년 동안 세액공제 받으려고 넣었다가, 전세자금 때문에 깨면서 혜택을 상당 부분 반납하는 경우였습니다.
연금종류는 많이 가입한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국민연금은 기본 바닥, 퇴직연금은 직장생활의 결과, 개인연금은 부족분 보완, 주택연금은 마지막 현금흐름 카드에 가깝습니다. 내 가족에게 설명한다면 저는 상품명보다 납입 여력, 중도해지 가능성, 실제 월수령액을 먼저 보라고 말하겠습니다. 노후 준비는 멋진 이름보다 매달 들어오는 돈의 확실함이 더 오래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