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받기 전 돈이 달라지는 4가지 숫자

상담실에서 대출 금리를 비교하다 보면 연 0.1%포인트 차이는 꼼꼼히 따지면서, 상환 기간은 별생각 없이 30년으로 고르는 분을 자주 봅니다. 금리도 중요하지만 매달 얼마를 내고, 끝까지 갚으면 이자가 얼마인지 함께 봐야 합니다. 같은 1억 원을 빌려도 그 차이가 수천만 원에 이를 수 있습니다.
1. 광고 금리보다 내가 받을 금리
은행이 보여주는 최저 금리는 모든 우대 조건을 채웠을 때의 숫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급여 이체, 카드 사용, 자동이체 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실제 적용 금리는 올라갑니다. 상담 때는 ‘최저 연 몇 %인가요’보다 ‘제 조건으로 승인되면 몇 %인가요’라고 묻는 편이 정확합니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30년간 원리금균등상환으로 갚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금리가 연 4.0%면 월 납입액은 약 47만 7천 원, 연 4.5%면 약 50만 7천 원입니다. 월 차이는 약 2만 9천 원이지만, 금리가 30년 내내 유지된다면 전체 이자 차이는 약 1,054만 원입니다. 변동금리라면 실제 금리와 총이자는 달라집니다. 이 계산은 금리 0.5%포인트를 낮추는 일이 왜 의미 있는지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우대 금리를 받기 위해 새 카드로 매달 50만 원을 써야 한다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원래 쓰던 생활비를 그 카드로 옮기는 것인지, 지출을 늘려야 하는 것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우대 폭이 연 0.1%포인트라면 대출잔액 1억 원 기준 첫해 이자 차이는 대략 10만 원입니다. 이 금액 때문에 불필요한 소비를 늘릴 이유는 없습니다.
2. 월 납입액을 낮추는 만기의 대가
같은 1억 원, 연 4.5%, 원리금균등상환을 놓고 기간만 바꿔보죠. 20년 상환이면 매달 약 63만 3천 원을 내고 총이자는 약 5,184만 원입니다. 30년 상환이면 매달 약 50만 7천 원으로 줄지만 총이자는 약 8,241만 원으로 늘어납니다. 매달 약 12만 6천 원의 여유를 얻는 대신, 금리가 유지되고 중간에 갚지 않는다면 이자를 약 3,057만 원 더 내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짧은 만기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월 소득이 일정하지 않거나 자녀 교육비가 곧 늘어난다면 매달 63만 원을 무리해서 약정하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월 납입액을 감당할 수 있고 오래 빌릴 생각이 없다면 긴 만기만 보고 선택할 필요도 없습니다. 기간을 비교할 때는 월 납입액과 총이자를 한 화면에 적어 놓고 보는 게 좋습니다.
상환 방식도 확인해야 합니다. 원리금균등은 매달 내는 금액이 일정해 예산을 짜기 쉽습니다. 원금균등은 처음 납입액이 더 크지만 원금이 빠르게 줄어 같은 금리와 기간이라면 총이자가 적습니다. 초기 부담을 견딜 수 있는지가 선택의 기준입니다.
3. 갈아탈 때는 절약액에서 비용을 빼기
기존 대출보다 낮은 금리가 보이면 바로 갈아타고 싶어집니다. 이때 먼저 볼 숫자는 남은 원금과 앞으로 사용할 기간입니다. 가령 1억 원의 대출잔액에 연 1%포인트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다면, 원금이 그대로라는 단순 가정에서 1년 이자 차이는 100만 원입니다. 실제 분할상환 대출은 원금이 줄어드므로 절약액도 그에 맞춰 계산해야 합니다.
여기서 기존 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와 새 대출에 드는 비용을 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예상 이자 절약액이 1년간 100만 원인데 갈아타는 비용이 70만 원이고, 1년 뒤 대출을 전액 갚을 계획이라면 실제 이익은 크지 않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담보 설정과 관련한 비용도 확인해야 합니다. 기존 대출의 상환 예정일과 새 대출의 예상 실행일을 맞춰 두면 비교가 쉬워집니다.
금융위원회 안내에 따르면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 계약 시점에 따라 적용되는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최근 수수료 산정 방식이 바뀌었다고 해서 예전에 받은 대출의 수수료가 자동으로 새 기준에 맞춰지는 것은 아닙니다. 은행에 특정 날짜에 전액 상환할 경우 낼 금액을 직접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4. 승인 한도와 감당할 금액
대출 한도는 ‘빌려도 되는 금액’과 다릅니다. 금융위원회가 설명하는 DSR은 연간 소득에 견준 모든 가계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입니다. 예를 들어 연 소득이 5천만 원이고 기존 대출과 새 대출의 연간 원리금이 합쳐 1,800만 원이라면 DSR은 36%입니다. 다만 실제 심사에는 대출 종류, 소득 인정 방식, 규제와 금융회사 기준이 반영되므로 이 계산만으로 승인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스트레스 DSR 때문에 한도가 예상보다 적게 나오는 일도 있습니다. 이는 금리가 오를 가능성을 반영해 상환 능력을 심사하는 방식입니다. 심사에 쓰는 가산금리가 곧 실제 대출 금리에 붙어 이자로 청구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지역과 금리 유형 등에 따라 적용 방식이 달라지므로 계약 직전 조건으로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제 가족이 대출을 받는다면 승인 가능한 최대액보다 월급이 줄거나 지출이 늘어도 납입을 이어갈 수 있는 금액을 먼저 잡겠습니다. 금리 0.1%포인트를 아끼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만기, 상환 방식, 갈아타는 비용까지 숫자로 적어 본 뒤에야 그 대출이 정말 부담을 줄이는 선택인지 알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