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전에 계산할 4가지 숫자

상담실에서 청약통장 잔액부터 보여주는 분을 자주 만납니다. 그런데 통장에 얼마가 있느냐보다 먼저 볼 숫자가 있습니다. 어떤 주택에 청약할지, 내 점수가 몇 점인지, 당첨 뒤 언제 얼마를 내야 하는지입니다. 이 순서를 거꾸로 잡으면 당첨되고도 계약금을 마련하느라 급하게 대출을 알아보게 됩니다.
1. 공공분양을 노린다면 월 25만 원의 의미부터
국토교통부는 청약통장의 월 납입 인정액 상한을 1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높였습니다. 공공분양 일반공급에서는 납입 횟수와 인정금액이 당첨 순서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월 10만 원씩 5년을 납입하면 원금은 600만 원, 월 25만 원씩이면 1,500만 원입니다. 차이는 900만 원입니다. 다만 실제 인정금액과 순서는 납입 시점, 회차, 모집공고의 공급 방식에 따라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생깁니다. 월 25만 원을 넣어야 모든 청약에서 유리하다는 생각입니다. 민영주택은 공공분양처럼 매달 넣은 금액의 합계로 경쟁력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청약할 면적과 지역에 필요한 예치금, 통장 가입기간, 가점제 또는 추첨제 적용 여부를 봐야 합니다. 민영주택만 생각하는 가구라면 생활비를 줄여 가며 매달 25만 원을 넣을 이유가 있는지 따져볼 만합니다.
청약통장은 당첨 기회를 위한 돈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다른 곳에 쓰지 못하는 돈이기도 합니다. 비상자금이 부족한 집이라면 납입액을 무리하게 올리기 전에 최소 몇 달치 생활비를 남길지 먼저 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공공분양을 목표로 한다면 가입 은행에서 납입 인정회차와 인정금액을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통장 잔액과 인정금액은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2. 민영주택은 통장 잔액보다 내 가점이 먼저다
민영주택 일반공급의 가점은 무주택기간 32점, 부양가족 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7점으로 최대 84점입니다. 예를 들어 통장을 오래 유지해 가입기간 점수가 높아도, 무주택기간이 짧고 부양가족이 적으면 전체 점수는 기대보다 낮습니다. 잔액을 한꺼번에 늘린다고 이미 지난 가입기간이나 무주택기간이 늘어나지도 않습니다.
특히 무주택기간을 나이와 똑같이 계산하는 실수가 많습니다. 원칙적으로 만 30세부터 계산하되, 그 전에 혼인했다면 혼인신고일이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에 주택을 소유했다면 처분 뒤 무주택자가 된 시점도 따져야 합니다. 부모를 부양가족에 넣는 경우에는 같은 주민등록표에 올려 둔 기간과 세대주 요건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이런 기준을 세부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가점이 낮다면 인기 지역의 가점제 물량만 기다리는 전략은 시간이 많이 들 수 있습니다. 추첨제 물량이 있는 단지나 경쟁이 덜한 면적을 함께 보되, 해당 모집공고의 유주택 여부와 지역 우선공급 조건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청약홈에서 모의 계산한 점수도 최종 자격을 보증하지는 않습니다. 입력한 무주택기간이나 가족 수가 틀리면 당첨 뒤 부적격 판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계약금 10%는 시작일 뿐이다
분양가 6억 원인 아파트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계약금이 10%라면 6,000만 원, 중도금이 60%라면 3억 6,000만 원, 잔금이 30%라면 1억 8,000만 원입니다. 이 비율은 설명을 위한 예시이며 실제 납부 비율과 날짜는 모집공고마다 다릅니다. 상담 때 계약금 6,000만 원만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하던 분도 전체 일정을 펼쳐 놓으면 표정이 달라집니다.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다는 문구만 보고 잔금까지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중도금 대출의 취급 여부와 한도, 이자 납부 방식은 사업장과 금융기관 조건에 따라 다르고, 입주 시점에는 잔금 마련과 기존 대출 상환 문제를 다시 봐야 합니다. 취득 관련 세금, 발코니 확장이나 선택 품목, 이사 비용도 분양가 밖에서 나갑니다.
가령 6억 원 중 최종적으로 3억 원을 빌릴 수 있다고 가정해도 자기자금은 3억 원에 부대비용을 더한 금액입니다. 3억 원을 연 4.5%, 30년 원리금균등상환으로 빌리면 월 상환액은 약 152만 원입니다. 금리가 연 5.5%라면 약 170만 원으로 늘어납니다. 실제 대출 가능액과 금리는 소득, 기존 부채, 담보가치, 규제에 따라 달라지므로 이 숫자는 자금 계획을 시험해 보는 예시로만 써야 합니다.
4. 신청 전에는 공고문에서 세 날짜를 찾는다
제가 청약 신청 전에 표시하는 날짜는 입주자모집공고일, 계약금 납부일, 입주 예정일입니다. 자격은 대체로 모집공고일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그날의 주소지, 세대 구성, 주택 보유 이력, 통장 상태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계약금 납부일에는 바로 쓸 수 있는 현금이 필요하고, 입주 예정일에는 잔금과 이사 자금이 필요합니다. 각 날짜에 맞춰 돈이 들어오는지 따로 적어 보면 부족한 구간이 드러납니다.
특별공급을 노린다면 신혼부부·생애최초 같은 이름만 보고 자격을 짐작해서는 안 됩니다. 소득과 자산, 혼인·출산 이력, 세대의 주택 보유 여부 등은 유형과 공고에 따라 다릅니다. 청약홈의 모집공고와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급기관의 안내에서 내가 신청할 유형의 요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예전에 들은 기준을 기억해 신청하면 그 사이 바뀐 규정이나 공고별 조건을 놓치기 쉽습니다.
청약은 당첨 확률을 높이는 일과 당첨 뒤 살 수 있는 집을 고르는 일이 함께 가야 합니다. 통장에 더 넣을 돈이 있다면 그 돈이 내 청약 방식에서 실제로 유리한지, 계약부터 입주까지 현금이 비는 달은 없는지 먼저 계산해 봅니다. 저는 당첨 소식보다 입주 후에도 생활비와 저축을 감당할 수 있는 계획이 더 좋은 청약이라고 생각합니다.
